진정한 라이프스타일숍 구현…"백화점 한계 뛰어넘는 계기 바램"
  • 산업부 배태랑 기자
    ▲ 산업부 배태랑 기자

    [취재수첩] 지난 26일 롯데백화점 본관 5층 패션 매장 안에 이발소가 숍인숍 형태로 들어섰다. 이 매장은 '클럽모나코'와 유명 바버샵 '헤아(HERR)'가 합쳐진 공간으로, 패션매장에 이발소가 결합된 형태는 국내 백화점으론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개점일에 클럽모나코 매장 직원은 "진화된 라이프스타일숍을 보여주고자 롯데 측에 제안했다"며 "남성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현재 진행 중인 스타일 상담과 이발 외 마사지 등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어느새부턴가 라이프스타일숍이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더니 국내 패션산업은 그야말로 라이프스타일숍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백화점업계도 확대 공사때마다 늘 라이프스타일숍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홍보하기 바빠했다. 

    하지만 백화점업계가 그동안 선보인 모습은 안타깝게도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라이프스타일숍의 진정성을 알고 있다면 국내 백화점이 이를 구현하는 데 있어 큰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숍은 예쁜 인테리어에 리빙제품을 한 데 모아놨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주요대상에게 목표로 하는 삶·철학을 제안하기 위해 이를 압축해 놓은 듯한 공간을 연출해야 하는데 카테고리 범위를 제한해서는 그 진가가 발휘되기 어렵다. 때문에 카테고리 층이나 진열방식 등을 자유롭게 뒤섞을 수 없는 국내 백화점에선 비싼 비용을 들였을지라도 형태의 한계점에 도달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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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롯데백화점 측이 카테고리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면서 획을 그었다.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수익창출면에서는 우려도 따르지만 차별화를 꾀하고 라이프스타일숍의 '참맛'을 제대로 보여준 점에선 눈길이 모아진다. 헤아 직원도 "백화점이라 조도가 매우 밝아 그림자가 지는 부분이 있는데 조율하면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남성을 위한 공간으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 크게 어필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 전문가들은 전문 이발소가 부속돼 있는 패션 매장이 일본 유통업계에선 속속 등장해온 사례라고 일러준다. 이미 라이프스타일숍 문화의 성숙기에 접어들은 일본은 그곳에서 진정한 신사를 꿈꾸는 남성들에게 정교한 테일러메이드 의류와 그에 맞는 몸가짐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이 밖에도 한 SPA매장에서 생화코너를 마련, SPA 패션웨어 주기가 바뀔 때마다 꽃을 바꿔 그 리듬을 함께 공감하도록 구성하는 등 진정한 라이프스타일숍을 구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꽃의 비중이 커 생화 전문 냉장고까지 구비했다는데, 플래그십스토어도 아닌 국내 백화점에서는 흉내내기 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롯데백화점의 이런 과감한 혁신은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결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영업할 수 없다'며 백화점의 시대착오적 생각을 버리게 했다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현대·신세계·갤러리아백화점 등 다른 백화점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외국에서처럼 붐으로 번져 침체된 패션·유통업계의 신선한 성장모멘텀이 되는 긍정적 분위기가 확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