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 해라? 자유시장 경제 질서에는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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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19대 국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제정해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에 기여하겠습니다."
    "가진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습니다."

     

    지난 4월 8일 국회 본회의장.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흘러 나오자 새누리당 일부 관계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유 원내대표가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대표 발의, 추진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마치 당론처럼 선언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무조건 당의 방침이라곤 볼 수 없다. 모두 같이 고민하자는 뜻"이라고 즉각 선은 그었지만 파문은 경제계까지 이미 도달했다. 


    유 원내대표가 추진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이른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이 설립 단계부터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낼 수 있도록 국가 예산을 지원한다.

     

    재계는 이 법이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저해, 우리 경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착한소비 해라? 자유시장 경제 질서에는 부정적"


    사회적경제기본법안 설립 취지를 살펴보면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 다양하게 출현하고 있지만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정책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출범 단계부터 최종 수익을 내기까지 정부의 개입, 지원은 계속된다.

     

    우선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각종 정책 개발을 위한 사회적경제원도 설립된다. 이들 조직을 지원하는 발전기금도 만들어진다.

    수익 활로 역시 나랏돈으로 만들어 낸다. 공공기관은 총 구매액의 5% 범위 내에서 사회적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정부의 막강한 지원에 기대다 보니 자생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법의 잠재적 폐해는 기존 사회적기업 지원 정책 사례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면서 "현재 사회적기업은 자생력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지난달 '사회적경제기본법 경제회복의 또다른 걸림돌'이라는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일자리 지원정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613개 사회적 기업 중 85.9%가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냈다.

    윤 연구위원은 "기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책은 사실상 실패"라면서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이 제정될 경우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착한 경제'라는 인식을 심고 자유시장 경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을 심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 제 6조 제 2항에는 모든 국민은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무조건 윤리적 생산품이라고 구매를 강요할 수 없다. 품질이 좋고 값이 싸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 접수돼 있다.   ⓒ 뉴데일리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 접수돼 있다. ⓒ 뉴데일리

     

     

    ◇ 부글부글 재계… "시장경제 반대세력 키우는 일"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법이 통과되면 일반 기업들은 법적으로 설립 단계부터 판매, 유통까지 보장받으면서 세금도 감면 받는 '사회적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반(反) 시장경제 세력을 키우고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들이겠다는 뜻"이라며 "명백하게 공정한 경쟁은 아니다"고 했다.

     

    혹여나 법이 통과될까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기업들은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는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우선 법안이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 접수된 상태인 데다가 향후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현직 여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법안이라는 점도 이를 주저하게 한다. 정부 여당과 기업이 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이 법이 특정세력의 영향력을 키워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방향으로 가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특 협동조합 지원 부분에서 좌파 시민단체로 지원이 집중될 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