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자아성찰이 필요한 공인자세 아쉬워
  • [권상희의 컬쳐 홀릭] 이렇게 화나는 시트콤은 처음이다. 아니, 예능프로그램이니 몰래카메라인줄 알았다.


    제작발표회 자리를 황당한 시트콤으로 연출해 버린 공인, 그녀가 공인이란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나 한 걸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사건의 발단은 한 네티즌의 악플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함께 출연한 박명수와 동향(전북 군산)이라는 것을 두고 지역주의를 문제 삼은 댓글을 본 김수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머리를 자를 만큼 무척이나 격앙된 상태였던 것 같다.

    근거 없는 악의적인 댓글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녀가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일부 네티즌들의 무차별 악플로 상처를 입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단 한 줄의 글이 칼보다 더 무섭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화를 컨트롤 할 장치가 망가졌던 것일까?

    예능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그녀가 보여준 돌출행동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녀 앞에는 동료도, 카메라도, 대중도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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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자신의 안방인양 안하무인의 태도로 일관하며 여과 없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맘껏 쏟아놓고는 프로그램의 자진 하차 의사를 밝히고, 다시 출연을 재게 한다는 일련의 소식들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는 대중을 우롱한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공인은 공인다워야 한다. 일반인들이 상상 할 수 없는 높은 몸값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와 함께 명예까지 얻는 것이 최근의 연예인들, 공인의 자리다. 악플러를 향한 분노가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로 향하고 그것이 대중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것은 실로 그 몸값에 대한 무책임한 처사이며 프로가 보여줘서는 안 될 치기어린 행동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공적인 자리에서 갖춰야 할 매너는 안드로메다에 두고 왔던가!

    혹시 KBS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는 이번 사태를 제대로 된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대중의 비난 여론에 자진 하차 의사를 밝힌 그녀를 기어코 출연시키겠다는 의도가 무엇인지 너무 뻔한 속셈이 드러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조영남의 사과와 제작진의 설득에 마음을 열고 다시 출연 결정을 했다는데, 대중의 마음은 아직 그녀에게 열려있지 않다. 서둘러 봉합하려는 듯한 제스추어에 진정성을 느낄 리 만무하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브라운관에서 바로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는 없다. 자아성찰이라는 프로그램의 거창한 컨셉이 그냥 외치는 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그녀에게 제대로 자아성찰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게 옳다고 본다.

    하지만 이미 성급하게 출연은 결정됐고, 극심한 내홍으로 난장판이 됐던 <나를 돌아봐>는 이번 주에 방송을 앞두고 있다. 대중은 아직까지 그녀의 날선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당분간 프로그램의 재미 여부를 떠나 그 장면은 어쩔 수 없이 예능프로그램 속 그녀와 오버랩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나를 돌아봐> 제작진이 떠안고 가야할 위험부담이 될지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문화평론가 권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