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에서 단단한 서스펜션이 안정감 잡아줘디젤 엔진 사운드, 진동 최대한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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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균의 시승기]기아차가 1세대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디자인을 내놓더니 5년만에 등장한 2세대 모델은 탄탄한 주행성능으로 과감한 혁신을 꾀했다. K5 1.7디젤이 주인공. 김충식 기아차 부사장이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임팩트를 줄 것"이라고 기자에 던진 자신감은 빈말이 아니었다. 

    기아차가 독일차의 독무대가 된 디젤 시장에서 2등 브랜드로 남을 수 없다는 각오 때문인지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대비 성능까지 좋은 국내 간판 브랜드'로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같은 느낌이다.   

    일단 국내 반응은 좋다. 섹시하면서 럭셔리하다는 듀얼디자인에 끌리고 성능에 반할 만하다는 평가다. 기아차는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올해 국내 4만 6000대 판매를 목표로 할만큼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내에 미국 등 글로벌 주요 국가에도 잇달아 선보이며 K5를 글로벌 모델로 공략할 계획이다.

    ◇동력성능 1.7L의 한계를 넘다

    신형 K5 디젤의 동력성능은 배기량 1.7L에 기대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주행을 보여준다. 출력은 경쟁모델인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140마력)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10초 안팎으로 경쟁모델과 체감적으로 대등하게 느껴질 만한 수준이다.

    1750~2500rpm에서 최대토크 34.7kgm를 발휘하며, 7단 DCT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조합돼 연비까지 높였다. 시승한 18인치 모델 기준으로 복합연비는 16km/ℓ(도심 14.8 고속 17.8)다. 고속도로에서는 L당 18km까지도 가능했다.

    7단 DCT  변속기는 기존 모델대비 확실히 변속감이 좋았다. 연비를 높이면서도 운전자가 원할 때 재빨리 변속이 이뤄져 가속시간을 줄이는 개선이 이뤄졌다.

    다운사이징 1.7L급으로서의 동력성능 완성도가 높았고, 독일 경쟁 브랜드 차종과도 충분히 대적이 가능한 '내공'을 쌓았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파워'에 대한 갈증이 조금은 느껴진다.

    '두개의 얼굴' 컨셉트의 외관과 심플한 실내 디자인에서 풍기는 스포티한 감각은 실제 주행성능과 연결되며 균형을 이룬다는 인상도 든다. 1.7L 모델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지만, K5는 소비자의 마음 이상을 읽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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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숙한 승차감과 만족스런 핸들링

    K5의 핸들링과 코너링은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있다. 분명한 개선이 느껴진다. 김창식 부사장이 시승전에 "MDPS를 느껴보라"라는 조언은 생생하다. MDPS는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 핸들링이 빨라졌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때 따라오는 차의 움직임이 민첩하려면 보통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세팅해야 하는데 K5는 코너링에서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급선회시 차량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샤시 통합 제어 시스템(VSM)'의 개입이 적절하다. 

    시속 140km 이상 고속영역으로 올라가면 단단한 서스펜션의 특성이 드러나며 안정감을 준다. 중저속에서도 잘 버텨주던 서스펜션이 고속에서도 역시 무리가 없다. 뒷좌석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후륜 서스펜션에 듀얼 로어암을 적용했지만 고속에서 빠른 차선변경을 해보면 뒤뚱거리는 느낌은 자제돼 있다.

    스포츠모드를 선택한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강하게 다루면 3000rpm 전후의 회전 구간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때의 감각은 독일차에 가까운 가속감을 전한다.

    승차감은 대체로 편안했는데 기아차가 새롭게 디자인한 가죽시트가 한몫을 했다. 시트는 생각보다 승차감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K5의 시트는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진 고급 소파에 앉은 것처럼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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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5 디젤의 정숙성도 인상적이다. 쏘나타 디젤에서 느껴졌던 것처럼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디젤엔진 특유의 투박한 사운드와 거친 진동은 실내에서도 감내할 수준이다. 시속 200km에서도 바람소리는 적은 편이다. 4기통 디젤엔진의 수입차와 비교해도 정숙한 감각을 보인다. 아이들링 스탑과 재시동이 작동되는 상황에서도 거슬리는 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신형 K5는 모든 면에서 1세대보다 좋아졌다. 2개의 디자인과 7개의 파워트레인이 성능과 적절한 조화를 이뤄낸다는 생각이다. 특히 20대부터 40대까지 타깃층이 넒어진 외모에 1.7 디젤은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란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