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 승복 못하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사건의 발단
  • ▲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연합뉴스
    ▲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연합뉴스

     


    일명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롯데그룹의 장ㆍ차남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재계 서열 순위 5위의 대기업이 휘둘리는 극단적 사태에 직면한 사실과 관련해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려다 무위에 그쳤다. 신 전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30일 언론을 통해 재반격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하며 '동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 다툼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낄 것이란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 결과에 승복 못하는 신동주…탐욕에 몸부림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부친인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2월 신 전 부회장을 일본롯데상사 대표이사와 일본롯데 및 일본롯데아이스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했다. 실적 부진이 명분이었다.

    이에 신 전 부회장 직함은 계속해서 떨어져 나갔다. 올해 1월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됐으며 3월 한국롯데건설 등기임원과 6월 한국롯데알루미늄 등기임원에서 모두 해임됐다.

    그 사이 동생인 신 회장의 그룹 내 입지는 갈수록 강화됐다. 신 회장은 올해 3월 호텔롯데 등기임원 선임을 시작으로 영향력 확장에 나섰다. 사실상 신 회장의 원톱체제가 굳어진 것이다.

    신 회장이 원톱에 올라서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신 총괄회장과 임원진들한테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는 2004년 롯데정책본부장으로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이후 매출 규모 23조원에 불과했던 한국 롯데를 현재 83조원의 자산규모로 키워냈다.

    신 회장은 활발한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며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 롯데하이마트(하이마트), 롯데렌터카(KT금호렌터카) 등 롯데 간판을 붙인 기업들만 부지기수다. 신 총괄회장과 이사진들의 마음을 사기에 충분한 성과였다.

    하지만 결과에 승복 못한 신 전 부회장은 자기 몫을 돌려받고자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내세워 지난 27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신 전 부회장은 이를 위해 장녀 신영자(74)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사장 등과 함께 신 회장의 독주체제에 반기를 들며 신 총괄회장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 산적된 현안 많은데…신 전 부회장 재반격 '부담'

    현재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전쟁선포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당장 해결해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제2롯데월드의 성공적 안착이 최대 과제다. 신 총괄회장의 오랜 꿈이자 숙원 사업으로 잘 알려진 제2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는 총 사업비만 3조7000억원, 공사 인원 400만명, 상시고용 인력 2만명이 투입된 롯데그룹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이와 함께, 성장 전방위적으로 진행중이거나 마무리 작업중인 인수합병(M&A)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목된다. 

    또 그룹의 주력인 유통업은 성장한계에 부딪혀 있다. 신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면세점도 소공동점 등이 올 연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현안 처리만해도 빠듯한 가운데서 신 전 부회장의 쿠데타는 후유증은 심각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 회장이 '향후 먹고 살 것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나가야 하는데 신 전 부회장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롯데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 재계 "롯데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흔들린다"

    롯데는 현재 계열사 80개, 총자산 92조원, 종업원 12만명을 거느린 기업으로 재계 5위에 올라 있다. 유통·식품·건설·석유화학에서 금융까지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 중 하나여야 할 롯데그룹이 흔들리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 경제마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내수 부진, 수출 감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악재가 겹쳐 5분기 연속 0%대 성장에 그칠 정도로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다.

    대외적인 환경도 성장 경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하반기에는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그리스 우려, 중국 증시 급락 등 불확실성 요인이 산재해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수 부진과 저성장의 악순환에 빠진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 상황에서 신 전 회장이 쿠데타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라며 "경제 살리기에 앞장설 수 있도록 조속히 분쟁을 끝내고 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동주, 롯데家 분쟁 키운 주범

    '1일 천하' 쿠데타 실패 후 수세에 몰렸던 신 전 부회장은 이같은 위기 상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재반격 의사를 내비치면 동생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생 흠집내기에 나섰다.

    그는 두 매체를 통해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께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고 이에 격분한 아버지는 직접 신 회장의 해임을 지시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롯데그룹은 즉각 반박하며 진실공방이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형제의 위상은 물론 롯데그룹의 높은 브랜드 가치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 전 회장이 일본에서 신 회장을 아버지와 만나게 해줬더라면 이같은 파국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 27일 일본으로 건너간 신 총괄회장과 거의 대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이 거의 신 총괄회장을 '격리'하고 이동을 통제했기 때문이라는 게 신 회장의 주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홀딩스 본사 건물과 불과 5분 거리에 신 회장의 자택이 있어 신 회장과 부인이 신 총괄회장을 집으로 모시려고 했다"며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이를 거절하고 아예 만나는 일 자체를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만났더라면 서로 대화로 풀 수 있지 않았겠냐"면서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 여러분에게도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며 "신동빈 회장과 우리 롯데그룹을 믿고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