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피터경섭 美변호사ⓒ뉴데일리
    ▲ 신피터경섭 美변호사ⓒ뉴데일리

    지난 몇 개월간 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극심한 전쟁 중이다. 변협이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반대와 후임 대법관 후보자의 임기 후 변호사 개업을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하자, 대법원은 형사사건에 변호사의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해서 변호사들과 각을 세운다. 이에 변협은 이 판결에 대한 위헌소원을 헌법재판소에 한다.

    도대체 악어와 악어새, 아니 향후 동종업종 종사자들이 될 법원과 변협이 왜 이럴까?

    상당수의 일반인들은 그 이유를 경제상류층인 법조인들의 추잡한 밥그릇 뺏기 이전투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추측이 100% 맞다고 할 수 없지만, 근본적인 사유는 우리 사법제도가 근간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미국의 KS 법조인 과정을 얘기해보자. 모든 직업과 사업의 성패를 정부 보조나 높은 진입장벽이 아닌 철저하게 시장논리로 해결하는 미국에서 법조인이 되는 과정은 (로스쿨 숫자와 입학인원 수 제한이 없는) 로스쿨-변호사자격시험(변시) 뿐이다.

    변시 합격 이후에는 본인이 법조인으로서 적자생존을 해야 하는데, 관련 수입의 극대화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길은 먼저 박봉과 어마어마한 업무량을 감당해야 하는 검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검사는 사건의 카운트파트너인 백전노장 변호사들에게 수 없는 패배와 좌절을 당하면서 법조인으로서의 내공을 쌓는다. 그리곤 그런 내공을 사용해서 변호사로서 부를 축적한다.

    어느 정도 경제적 목표를 달성한 변호사는 이제 공명심이 들고, 이를 위해서 판사로 선출-임명된다. 검사와 변호사로서 공격과 수비를 다 해본 판사는 양측의 주장들 중에 옥석을 가려내는 혜안을 갖고 있으니, 그의 앞에 선 검사와 변호사는 시키지 않아도 “존경하는 판사님 (honorable judge)”라는 경의의 호칭을 사용한다.

    대한민국에서 로스쿨-변시 이전 시대에 법조인이 되는 유일한 길은 사법고시(사시)뿐이었다. 사시성적 상위그룹은 (사회적, 법조인적 경험이나 나이와 무관하게) 순차적으로 판사-검사가 되고, 그 다음 그룹은 바로 변호사 개업을 한다. 범법 사실을 밝히는 검사는 그렇다 치고, 빠르면 20대 중반인 판사에게 소송당사자들은 존경은 커녕 “나이도 어린 자가 세상물정 모르고 오심을 내렸다”는 불만을 표한다.

    한편으로, 최소한 20년을 봉직해야 될 수 있는 고등법원·검찰의 부장판사·검사의 연봉은 1억원이 안되고 업무량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사시-변시 합격 후 바로 개업을 했으면 이런 고생을 안해도 됐을 판검사들이 왜 이런 힘든 길을 갔을까?

    이들에겐 ‘수십년 + 업무량 +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는 법조인으로서의 경제적 대박인 ‘전관예우의 곗돈타기’를 위해서 지불한 곗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사시합격자 명수 제한 진입장벽은 무너졌고 변시로 인해 변호사 숫자가 기하급수로 늘어 본인들의 수입도 위협을 받는 동종업계 기득권자들이 곗돈을 못타게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개그맨 박명수의 무한도전 1회 출연료가 대형로펌 변호사 1달 봉급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거나 과다 출연료를 제재해야 한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전관예우 근절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판검사 지망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판검사들은 적절한 대우를 임관시점부터 해주면 법원-검찰에 뼈를 묻을 사람들이다. 판검사의 전관예우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먼저 사법제도를 합당하게 변화시켜 그들이 판검사로 장기봉사하도록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물론 전관예우 근절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는 변호사들과 큰 차이가 있는게 현실이다. 국민들에 대한 법률서비스 수준 제고와 함께 사법체계 전반에 걸쳐 중장기적 접근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피터경섭 / 美변호사, 공인회계사

    미국에서 25년 거주하면서 국내기업 수백기업의 해외시장 법무업무를 한 신피터경섭은 미국 Patent Attorney, 변호사, 공인회계사이다. 그는 2017년 영구귀국 후 KAIST에서 전임교수로 후진양성을 하다가 이제는 법무법인 바른에서 지재권을 포함한 국제법무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