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디에도 표절안전지대는 없다
  • [권상희의 컬쳐 홀릭]  진정 하늘아래 새것이 없다고 했던가.


    또다시 표절이 문제다. 한국 문학계의 대표 작가 신경숙의 표절문제로 한바탕 소란스러웠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이번에는 가수 출신 연기자 윤은혜의 의상 디자인 표절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표절은 우리 사회의 만성이 된 고질병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이렇게 정의 내리 듯 말하고 싶지 않지만 장르불문하고 이름값조차 무색하게 만들며 남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 인양 도둑질 하는 행태는 정말 볼썽사납다. 발각되면 일단 사과 하고 활동을 쉬는 일명 자숙의 시간을 거쳐 또다시 새로운 작품을 들고 나오면 그만이다.

     

    표절은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겪고 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속성을 갖춘 건지 여론의 질타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그 뿐이다. 자신의 작품을 도둑질당한 창작자의 고통까지 헤아려 줄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표절에 양심과 윤리는 없다.

     

  •  

    중국 동방위성TV “여신의 패션” 시즌 2에서 얼마 전 우승을 차지한 윤은혜. 그가 파트너 디자이너와 함께 만든 의상은 아르케 디자이너 윤춘호가 지난 3월 발표한 2015년 FW 의상과 매우 비슷하다. 화이트 컬러에 소매 부분 프릴장식이 언뜻 보기에도 같은 의상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닮아있다. 물론 아직까지 표절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의혹이 제기 된 상태고, 윤은혜는 의혹 제기 이틀이 지난 후에야 이를 전면 반박했다. 해명하는데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그녀가 “자사 브랜드(아르케)를 홍보하기 위해 윤은혜라는 이름을 도용하지 말라”고 밝힌 데에 있다. 그야말로 자신의 이름값에 대한 오만함이 가득한 발언이다. 표절 의혹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이 그녀를 밉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1라운드에 불과하다. 줄을 잇는 그녀의 표절 의혹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데뷔작이었던 드라마 궁에서 윤은혜가 직접 디자인해서 화제가 됐던 실내화는 정작 그녀가 아닌 미술팀의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중국 네티즌들에 의해 “여신의 패션” 1~2회에서 보여줬던 의상 역시 해외 브랜드 BCBG 막스 아젤리아와 돌체앤가바나 의상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연이어 제기된 이러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윤은혜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8일 오후 윤춘호 디자이너가 발표한 공식입장에도 여전히 말이 없다. 침묵만이 유일한 해법인가? 이는 그녀의 이름 앞에 붙는 한류스타, 패셔니스타라는 거창한 수식어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정말 떳떳하다면 보다 명확한 자료를 근거로 서둘러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난 후의 발언은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치졸한 변명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아야한다.

     

    수많은 고통의 시간을 거쳐 하나의 창작물이 잉태된다. 표절은 그 고통의 시간을 아무 노력없이 훔쳐버리는 행위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양심을 죄의식 없이 팔아버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물론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는 한 제 3자가 표절이다, 아니다를 정확하게 판단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눈과 귀는 열려있다. 이제 어디에도 표절안전지대는 없다.

     

    문화평론가    권   상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