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의사결정-책임 경영' 강점... "'포드-BMW' 성공요인은 가족경영""국가 경쟁력=글로벌 기업"…재정위기 빠진 '그리스-아일랜드-스페인' 대표 기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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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자 조동근 명지대 교수(사진)는 우리사회에 반재벌 정서가 뿌린 내린데 대해 "재벌총수 체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여러 경영방식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벌경영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색안경을 끼고 안 좋게만 봐선 안 된다"며 "오히려 재벌 중심 경영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기업을 키우는데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체제와 같은 가족경영의 장점에 대해 빠른 의사결정을 첫 번째로 꼽았다. 가족경영과 반대되는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기업의 경우 서로 책임 지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보통 '위원회 중심 경영'을 펼치게 된다. 전문경영인들이 모여 위원회를 열고 여기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회사 경영이 회의에 함몰돼 적시성 있는 판단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후반 세계 금융위기 당시 사실상 파산했던 미국의 GM이 대표적 사례라고 조 교수는 소개했다. 이와 반대로 삼성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성공신화는 발빠른 의사결정이 만들어낸 성과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가족경영은 또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속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경영 덕택에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으로는 미국의 포드와 독일의 BMW, 폭스바젠 등이 있다고 제시했다.

    조 교수는 노조와의 대치 정국을 푸는 과정에서도 전문경영인은 마찰을 피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면서까지 선심성 정책을 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제벌체제의 약점에 대해선 "창업자 가문을 정점으로 각 계열사가 재무적으로 연결된 기업조직 형태이기 때문에 늘 '상속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재벌체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까닭에 대해서는 "미국과 달리 국내엔 전문경영인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아 당장 기업지배 구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황창규 KT 회장처럼 전문경영인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에도 관련 시장이 마련될 조짐을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재벌기업들도 마냥 손을 놓고 현제 체제에 안주해 있는 것은 아니다. 상속문제는 물론 경영권분쟁에서도 벗어나기 위해 계열분리를 시도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조 교수는 "삼성그룹이 CJ와 한솔, 신세계 등으로 계열분리된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와 LG, SK, GS그룹 등도 성공적인 계열분리로 이뤄진 기업들"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반기업·반재벌 정서를 걷어내기 위한 과제로 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국가 경쟁력의 차이는 그 나라를 대표할 글로벌 기업이 있고 없고에 따라 갈린다"면서 "유럽 내에서도 BMW, 벤츠 등이 버티고 있는 독일과 달리 재정위기에 처한 그리스와 아일랜드, 스페인, 포루투갈 등에는 눈에 띄는 글로벌 기업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버티면서 계속 세금을 내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만으로도 국가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