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경영진에 앉혀 놓곤 '관리 못한다'며 산은만 질타시작부터 끝까지 대우조선 타령만… '국정' 감사 맞아?국회에서 직선거리 1km도 안 돼… '현장감사' 의미 퇴색
  • ⓒ NewDaily DB
    ▲ ⓒ NewDaily DB

    국정감사 시즌이 될 때마다 여러 매체에서 보도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국감의 문제점입니다. “증인을 불러다가 장시간 대기시킨 후, 몇 마디 묻지도 않는다. 질문을 하더라도 답변을 듣기 위한 질의가 아닌, 호통을 치기 위한 질의다” 대략 이런 내용들입니다.

    저도 여러 차례 국감을 접했습니다만, 지난 21일 산업은행 국감은 다른 때에 비해 유난히 더 답답했습니다.

    이 날 국감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주로 다루어졌습니다. 아니, 대우조선으로 시작해 대우조선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정무위원들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에게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대해 책임을 추궁했습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회사에 파견하고도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한 비난도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이 날 산업은행 1층 로비에는 대자보 한 장이 붙어있었습니다. 대자보에는 “정부와 정권의 낙하산 인사에 따른 잘못된 지배구조로 산업은행의 자체적인 역량 발휘에 분명한 제약이 있다”는 문구가 들어있었습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산업은행에 대한 ‘마녀사냥’을 자행한다”는 내용도 있었고요.

    홍기택 회장 등 경영진이 쓴 것도, 언론홍보 담당 부서에서 단 것도 아닙니다. 산업은행 노조에서 작성해 부착한 대자보입니다.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이런 대자보를 써 붙였을까 싶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산업은행이 책임 질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자회사 경영진에 낙하산 인사를 심어놔 통제하기 어렵게 만들어놓고, “왜 자회사 관리를 똑바로 하지 못했느냐”며 밀어붙이면, 산은더러 뭘 어떡하라는 걸까요.

    국감이 대우조선에서 시작해 대우조선으로 끝난 것도 문제입니다.

    대우조선이 중요한 이슈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 날 국감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호산업을 다시 박삼구 회장 일가에게 되파는 과정이 투명했는지, STX·동부그룹 등의 구조조정은 잘 되고 있는지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이 지연되면서 공적자금 회수가 한없이 늦어지고 있는데 괜찮은지 등 다른 피감기관 이슈에 대해서도 일언반구가 없었습니다.

    이런 많은 이슈들을 죄다 무시해도 될 정도로 대우조선‘만’ 중요한 이슈였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게 국정감사인지 대우조선감사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국정감사를 꼭 산업은행에서 해야만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어제 산업은행에 마련된 국감장은 유난히 좁았습니다. 증인대기실은 직원 전용 휴게실에 마련됐습니다. 휴게실이라곤 해도 테이블 2개 정도 들어가면 꽉 차는 좁은 공간입니다.

    기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을 위한 공간은 더욱 열악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 칸막이를 쳐 놓고 테이블을 가져다놓은 게 전부입니다.

    산업은행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여유 공간이 없으니,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도리가 없습니다. 산업은행 직원들의 얼굴에도 피로가 가득 묻어있었습니다. 평소 업무에다 손님 모시기까지 함께 신경을 써야 하니, 피로가 쌓이는 것도 당연할 것입니다.

    이 모든 문제를 감내해가면서까지 산업은행 국정감사를 산업은행에서 꼭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국회 본관 의원출입구와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까지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1km도 채 되지 않습니다. 피감기관이 공장이어서 제조설비를 봐야 하는 경우, 지방 또는 외국에 있어 불가피한 경우에는 현장 국감을 하는 게 옳겠습니다만, 그런 경우도 아니지요.

    다음 감사에서는 부디 이런 답답함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산업은행 노조가 본점 1층 로비에 붙인 대자보 ⓒ 유상석 기자
    ▲ 산업은행 노조가 본점 1층 로비에 붙인 대자보 ⓒ 유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