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론 등 돌리자, 유튜브로 해외 여론전... 겉으로는 대화 요구, 피해 가족엔 입 닫아
  • ▲ 직업병과 관련해 반올림이 최근 유튜브에 올린 영상 캡쳐.
    ▲ 직업병과 관련해 반올림이 최근 유튜브에 올린 영상 캡쳐.


    직업병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보상 절차에 반대하고 있는 반올림이 최근 '유튜브'에 삼성을 조롱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망신주기식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상 반대 명분이 바닥나자 악의적으로 편집한 영상을 앞세워 새로운 공격 도구로 삼고 있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은 지난 25일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국제 연대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핵심은 삼성이 직업병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3곳의 국제 연대는 모두 반올림과 오랫동안 연을 맺어왔거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진보성향 단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연대라는 문구를 내걸었을 뿐 이들의 목소리가 객관성을 담보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셈이다.

    영상 시작 부분에는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운동(ICRT)' 설립자인 테드 스미스씨가 나타난다.

    그는 삼성을 사막 한가운데 머리 박고 서 있는 타조에 비유하며 '공익법인 설립'을 골자로 하는 조정위 권고안에 따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ICRT는 반올림이 만들어진 초기 단계부터 지원 활동을 펼쳐온 단체다. 설립자인 테드 스미스 역시 수차례 한국에 들어와 반올림을 격려하는 등 끈끈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법인은 전체 출연금 1000억원 중 30%인 300억원까지 운영비로 쓸 수 있다. 삼성전자는 돈만 태우고 어떠한 간섭도 할 수 없다. 더욱이 시민단체가 추천한 이사들이 추가로 돈을 요구해도 군소리 없이 내야 한다. 때문에 현행법상 직접적 책임을 다한 기업에게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직업병 피해자들조차 공익법인 설립을 원하지 않고 있다.

    테드 스미스씨에 이은 다음 주자는 '헤스페리안 재단(Hesperian Foundation)'이다.

    이 재단은 한 술 더 떠 삼성이 200명에 달하는 직업병 피해자, 반올림과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갤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에서 발을 못 부치게 하겠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을 우스꽝스러운 영상으로 표현했다. 우회적으로 삼성을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200명에 달하는 직업병 피해자와 소통을 단절한 것은 삼성이 아니라 오히려 반올림이다.

    대다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이미 삼성과 함께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보상위원회가 지난 18일 오후부터 보상 신청을 받고 있는 가운데 5일 뒤인 22일까지 접수된 인원이 무려 6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반도체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의 경우 반올림에 등을 돌린 채 삼성과의 협상에만 참가할 방침이다.

    헤스페리안 재단은 지난 2010년 반올림 활동가들의 미국 실리콘 밸리 방문을 지원하는 등 오래 전부터 반올림과 관계를 맺어왔다.

    영상 말미를 장식하는 홍콩의 '아시아모니터링센터(AMRC)'도 반올림과 비슷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진보성향 시민단체다.

    가대위 관계자는 "반올림의 해외 여론전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국격만 떨어뜨리는 행동"이라며 "반올림과 무관하게 지금 진행되고 있는 보상 절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반올림이 지난 8년간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는 직업병 문제 때문에 지친 수많은 피해자들의 바람대로 보상 논의에 적극 나서줬다면 누구도 반올림을 나 몰라라 하진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보상 이야기만 꺼내면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는 반올림의 일방통행식 행보가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