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홀릭]

다시 부활한 이태원 살인사건

이제라도 법이 그 소명을 다해야 할 때

권상희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5.09.30 17:33:44

프로필 사진
  • 트위터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구글 북마크 
  • 네이트온 쪽지 
  •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권상희의 컬쳐 홀릭] 이대로 묻히고 마는가. 우리의 기억에서 차츰 잊혀져갔던 사건. 그 끔찍했던 사건은 12년이란 세월이 흘러 2009년 영화로 다시 재생된다. 그리고는 이 작은 영화가 법이 묻어버린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실로 대단한 힘을 발휘하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국민들의 재수사 요구와 2012년 패터슨의 한국 송환이 결정되며 봉쇄돼 버린 진실이 세상에 제대로 밝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렇듯 영화의 사회적 참여는 상상했던 것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1997년 4월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씨(당시 22세)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이 살인사건의 강력한 용의자이자 목격자는 바로 에드워드 리(36세)와 아더 패터슨(36세). 결국 에드워드 리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검찰의 재수사를 받던 패터슨은 출국금지가 잠시 풀린 틈을 타 1999년 미국으로 도주해 사건의 진위여부는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진실의 힘은 시간을 뛰어넘는 법. 도주 16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된 패터슨. 과연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사건’이란 오명을 벗어낼 수 있을까?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18년만인 2015년, 이태원 살인사건은 우리에게 그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그렇게 부활했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유흥을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한 클럽의 모습, 두 남자의 발걸음, 화장실에서 영문도 모른채 무참히 피살된 한 청년, 청년이 흘리는 피는 이내 하수구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증거와 진실까지 집어삼킨 채. 이는 마치 극악무도한 살인죄가 죄 없음이 되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결말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렇듯 영화의 프롤로그는 이 사건의 모든 것을 축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단지 재미삼아 벌인 살인사건은 화면가득 번지는 피비린내 보다 더 악랄하고 참혹한 모습이다.

 

용의자이자 목격자인 두 사람이 벌이는 진실게임. 익스트림 클로즈업 쇼트로 교차해서 보여지는 이들의 두 눈에는 진실로 위장된 거짓이 교묘하게 공존한다. 단지 자신은 목격자일 뿐, 살인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시키는 두 사람. 진술은 번복되고, 판결 또한 번복된다. 결국 죄 있는 자들이 자유로워지면서 고통은 오직 유족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 만다. 사건 담당 검사나 변론을 담당했던 변호사조차 자신들의 주장을 스스로 의심하는 상황. 과연 누가 진범일까?

 

사건이 있었던 햄버거 가게를 다시 찾은 검사. 모두의 기억에서 지우려는 듯 이제는 폐쇄돼 버린 화장실, 하지만 그 곳에는 난자당해 피범벅이 된 채 죽어있는 한 청년이 여전히 어둠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의 죽음과 진실이 함께 봉쇄되어 버린 공간, 작품은 픽션임을 강조하며 시작했지만 결코 픽션일 수 없는 현실로 끝을 맺는다.

 

영화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은 채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다. 누가 진짜 범인인지의 판단여부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하지만 2015년 우리가 다시 마주한 이태원 살인사건은 결코 열린 결말이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50퍼센트의 확률게임조차 제대로 감당해내지 못했던 검찰의 무능함은 지금에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많이 흐른 탓에 여러 난관이 예측되는 상황이기는 하나 이제라도 법이 그 소명을 다해야 할 때다.

 

진실의 힘을 믿는다.

 

그것이 제대로 밝혀져 무고하게 살해당한 故 조중필씨가 이제라도 편히 잠들 수 있기를, 유족들이 받았을 긴 고통의 시간이 아주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문화평론가   권  상  희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 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맨 위로


하나금융 "3년內 직장·국공립어린이집 100개 세우겠다"
하나금융지주가 범사회적 차원에서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극복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보육시설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하나금융지주는 2020년까지 향후 3년간 국공립어린이집 90개 및 직장어린이집 10개 등 총 100개의 어린이집 건립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국공립어린이집은 민자… [2018-04-15 11:40:34] new
이마트24, 치킨·맥주 패키지 등 '가심비' 상품 선봬
이마트24가 소비자의 가심비를 겨냥한 차별화된 패키지 상품 출시를 통해 영업활성화에 나선다.이마트24는 봄 나들이객 뿐 아니라 혼자서 치킨을 즐기는 '혼닭족'에게 적합한 '치킨파티팩'을 선보인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치킨업체가 인건비 인상으로 인해 배달료를 별도로 부과하겠다고 발… [2018-04-15 11:01:52] new
백화점 휴무일, '온라인 쇼핑족' 잡아라!… 롯데百, '사이버먼데이' 행사
롯데백화점은 오는 16일 백화점 정기 휴무일에 인터넷 쇼핑몰 엘롯데에서 다양한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사이버먼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15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번 '사이버먼데이' 행사는 방풍자켓 비롯해 반소매 폴로티, 등산화, 바지 등 야외 활동과 관련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온… [2018-04-15 10:59:09] new
김기식 원장 거취 논란 일파만파…금감원 조직 '흔들'
금융감독원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김기식 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거취 논란이 길어지면서 조직원들 사기도 떨어지는 상황이다.15일 업계에 따르면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 금융감독원 부분에서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이 옳다는 글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김 원장이 검찰 수사까지… [2018-04-15 10:48:36] new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급' 귀국…음성파일까지 공개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15일 새벽 귀국했다.이날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전무는 이날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한 대항항공 KE464편을 타고 이날 오전 5시26분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다낭으로 휴가를 떠난지 사흘 만이다.조 전무는 공항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제가 어리석었… [2018-04-15 10:22:07] new
 

포토뉴스

0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