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 은행장 겸임 계속… "조직 혼란 방지"
  •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내정자 ⓒ KB금융지주 제공
    ▲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내정자 ⓒ KB금융지주 제공

    ‘정통 KB맨’ 출신의 김옥찬 SGI서울보증 사장이 KB금융지주 사장에 내정되면서, KB지주의 회장-사장 체제가 2년 3개월만에 부활했다.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내정자는 윤종규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맡아 비은행부문 강화, 대우증권 인수 등에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이로써 KB금융은 두 명의 리더가 조직을 이끄는 쌍두마차 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국민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윤종규 회장이 은행을, 김옥찬 사장이 비은행부문을 책임지고 맡아나가게 된 것이다.

    ◇ 비은행 강화 맡은 김옥찬, 대우증권 인수 '올인'

    KB금융은 지난 20일 지배구조위원회를 열고 김옥찬 사장을 KB지주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내정했다.

    지난 2013년 7월 국민은행장 직무대행에서 물러난 지 2년 3개월 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KB지주 사장직 취임은 11월 중 이루어질 예정이다. 김 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울보증 사장직 인수인계가 남아있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11월 중에는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옥찬 사장은 KB 복귀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임영록 전 회장의 후임을 선발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김 사장 역시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이 때 김 사장은 “은행장이나 지주사 사장이면 모를까, 아직 회장으로 거론될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꿔 말하면 은행장이나 지주사 사장으로는 돌아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윤종규 회장이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동시에 챙기기가 버거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맞붙었던 ‘KB사태’ 이후, KB금융 안팎에서는 ‘차라리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함께 맡으면, 이 같은 갈등이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임 전 회장 후임으로 사령탑을 맡은 윤 회장은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은행장을 함께 맡았다.

    그러나 KB금융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확대’라는 점이 문제였다. KB금융은 그 동안 ‘수익구조가 은행에 너무 치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KB손해보험의 계열사 편입으로 그나마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대우증권 인수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비은행 수익구조 개선을 전적으로 책임질 ‘오른팔’로 김 사장을 영입했다는 것이다.

    KB금융은 현재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TF를 구성하는 중이다. 김옥찬 사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이 TF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 내정된 김옥찬 사장의 가장 큰 과제가 현재로선 대우증권 인수인 만큼, 아무래도 TF에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경험 풍부한 ‘정통 KB맨’… 내부 신망 높아

    김옥찬 사장은 1982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증권운용팀장, 방카슈랑스부장, 재무관리본부장, 재무관리그룹 및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을 두루 역임했다.

    여러 부서를 두루 거쳤으므로 여러 업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점, 은행장 직무대행·SGI서울보증보험 사장 등 통해 조직을 이끌어 온 경험이 있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순수 내부 출신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경영자들은 대부분 외부 출신 인사들이었다. 관치금융에 휘둘리는 조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김옥찬 사장의 내정으로 이런 지적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단, 일부에서는 “은행원 치고는 영업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사장은 “제게 주어진 과제가 많이 있다. 대우증권 인수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며, 기자들에게 어떻게 성과를 낼 것이냐는 질문도 받는데, 일단 KB로 복귀하고 나서 생각해볼 일”이라며 “지금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영업 경험 부족 논란에 대해서는 “30년 넘게 은행원으로 살았는데, 그 중 3년을 지점장으로 근무했다. 지점장은 너무 흔해서 영업 경력으로 쳐주지 않나 보다”라고 웃으며 말하는 여유를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지주 사장의 경우, 영업력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겸험을 필요로 하는 직위”라며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배구조 및 조직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돼 김옥찬 사장이 내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민은행장 따로 영입하지 않겠냐고? 글쎄요~”

    한편, 김옥찬 사장이 윤종규 회장의 ‘오른팔’로 영입되면서 KB금융 안팎에서는 새로운 국민은행장이 영입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일부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지주 사장에 대한 깜짝 인사를 단행한 만큼, 새로운 은행장도 얼마든지 영입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오른팔을 뽑았으니, 왼팔을 뽑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윤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다지만, 김옥찬 사장의 영입만으로도 업무는 충분히 경감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수장이 바뀌면 조직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도 이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윤 회장 이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조직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겸임 체제로 계속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