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SC그룹 조직 슬림화-대규모 구조조정 요구할 듯 은행명 변경-지주사 합병-4년만의 공채 등 '새 판 짜기' 아쉬워
  • ▲ 한국SC은행이 모그룹발 외풍에 또 흔들릴 우려를 낳고 있다ⓒ뉴데일리 DB
    ▲ 한국SC은행이 모그룹발 외풍에 또 흔들릴 우려를 낳고 있다ⓒ뉴데일리 DB

     

    한국SC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짠하다.

    은행명 변경과 지주사 합병, 4년만의 신입사원 공채 등으로 분위기 쇄신을 꾀하던 터에 모그룹발 구조조정의 외풍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연례행사 처럼 조직 슬림화와 인원조정 등이 있었던 터라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최근 발표된 영국 스탠다드차터드(SC) 은행의 분기 실적과 감원계획은 충격적이다.

    15년만에 1억3900만 달러의 분기적자를 낸 SC는 곧바로 전체직원의 18%인 1만5000명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에는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은 11월말까지 고위급 간부 1000명을 감원하겠다는 내용의 메모를 직원들에게 일괄 전송하기도 했다. 전 세계 SC소속 간부급 직원이 4000여명인점을 감안하면 간부 4명 중 1명꼴로 구조조정 되는 셈이다.

    앞서 지난 7월에도 SC는 윈터스 회장의 뜻에 따라 "비용절감 차원에서 최고위 간부급 임원들을 재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 수익의 90%가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에 몰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SC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 제일은행 합병 10년이 지난후 받아든 SC은행의 성적표는 초라하다ⓒ뉴데일리 DB
    ▲ 제일은행 합병 10년이 지난후 받아든 SC은행의 성적표는 초라하다ⓒ뉴데일리 DB


    이무렵 발표된 반기보고서에서는 "적정 수준의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규모가 크지 않거나, 강점이 없는 사업부문에 대해 지금보다 더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한국에선 이미 저축은행과 캐피탈, 주식영업 부문을 매각했지만, 향후 추가 조치도 할 수 있다"고 밝혀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직접 한국을 찾은 윈터스 회장이 "매각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서면서 소동은 가라앉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은행측은 여전히 "인원 구조조정과 관련해 계획된 게 없다"며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정서는 사뭇 다르다.

    이 은행 노사는 올해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하고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중이다. 2011년 800명, 2014년 200명 등을 감축했던 SC는 이번에는 대상을 전부서로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6546명까지 됐던 직원수가 지난해까지 5233명에서 올해는 다시 5013명으로 줄었다. 최근 3년 동안 100여개의 영업점을 통폐합해 남아있는 점포는 250여개에 불과하다.

    자산은 60조원대에서 제자리 걸음이고 시장지위는 날로 쪼그라들고 있다. 여신은 31조8000억원 수준으로 점유율은 3.67%에 불과하고 수신도 36조1700억원으로 3.9%에 머물러 있다. 대형 지방은행에도 뒤쳐진지가 한참이다. 지난해에는 10여년만에 처음으로 646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연말에는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이 '안정적(AAA/Stsble)'에서 '부정적(AAA/Negative)'으로 하향조정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옛 제일은행을 인수한 지 10여년만에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다.

     

  • ▲ SC은행 첫 한국인 행장인 박종복 은행장은 '한국화'와 '국제화'를 모토로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모그룹발 외풍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SC은행 블로그 캡처
    ▲ SC은행 첫 한국인 행장인 박종복 은행장은 '한국화'와 '국제화'를 모토로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모그룹발 외풍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SC은행 블로그 캡처


    뒤늦게 '한국화'와 '국제화'를 모토로 외국인 행장을 한국인으로 바꾸고, 은행과 지주를 합치고,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팔고, 밤 9시까지 문을 여는 탄력점포도 도입하고, 태블릿 PC만 갖고 근무하는 스마트 점포를 150여개까지 늘리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추락한 이미지를 되돌리가 쉽지않고 직원들의 불안감도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옛 제일은행의 명성에 선진 금융기법을 더해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뱅크'로 만들겠다는 박종복 은행장의 SC비전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