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 분위기 사라지고, M&A 시장 큰 손 등극…"'뚝심경영-따로 또 같이' 관심 집중"기업재건 방점은 '행복'…"진화는 기본, 기업문화 바꿔 직원 氣 살리고 반기업정서 해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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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지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SK그룹 주변에서는 최회장이 그동안 현장중심의 광폭행보를 펼친 결과 시나브로 그룹 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는 그동안 '에너지-통신-반도체 분야에 주력함으로써 국가발전에 공헌한다'는 그룹의 기초전략 토대 위에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한 방향으로 그룹을 재건하자'는 최회장의 주문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왔다.

직접 현장을 누비며 진두지휘해 온 최 회장의 그룹 재건전략은 3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기존에 잘 해왔던 사업을 굳건히 지켜내는 동시에,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외형을 넓히는 것이다. 또 그동안 침체돼 있던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기존 틀을 완전히 바꾸는 기업문화를 완성함으로써 '강한 SK'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그동안 위축됐던 회사 분위기도 확 변했다. M&A 시장에서 큰 손으로 등극하며 과거의 강자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실제 SK는 3년여만에 대규모 M&A를 성사시키며 기업 재건에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SKT를 통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CJ헬로비전' 인수에 나선 것. 인수금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최 회장이 수감전 성사시킨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이후 첫 대규모 M&A다.

현재 SKT는 겉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지난 2010년 6억2731만원에 달했던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최근 4억2913만원으로 급감했다.

사실상 최 회장이 인수를 결정한 SK하이닉스의 지분평가이익을 빼면 '속빈강정'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인수를 통해 SKT의 미디어 사업을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설자리를 잃은 상황속에서 콘텐츠 등 미디어분야를 향후 수익사업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SK는 또 지난 7월 고배를 마셨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재도전에 나섰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과 신규 면세점 특허 및 면세사업 확장 등에 대해 충분히 교감하는 등 후방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3년 여동안 '현상유지'에 급급했던 모습에서 완전 벗어나 힘찬 날개짓에 나선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의 공백으로 최근 3년여간 SK의 경영방식은 사실상 '현상유지'에 머물러 있었다.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무러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후퇴한 것을 의미한다"면서 "SK의 그룹 재건은 최 회장이 그동안의 경영공백을 어떤 식으로 메워 나가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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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의 '뚝심', 그리고 '따로 또 같이'"

    하이닉스 반도체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재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반도체산업 특성상 매년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선행돼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등 외국기업에 넘길 수도 없었다. 국가 전략사업인 만큼, 기술유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태원 회장의 고민이 깊어졌다. 당시 최 회장은 삼성에서 반도체사업을 총괄하고 물러난 임형규(현 SK ICT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삼성기술연구원장을 스승으로 모셨다. 1년여 동안 직접 공부에 나선 것이다.

    답을 찾은 최 회장은 곧바로 인수 추진을 지시했지만, 측근들 조차도 반대하면서 하이닉스 인수는 좌초될 위기이 놓였다.

    당시 최 회장은 자신의 판단을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방법을 달리했다. 불안감에 반대를 하는 임원들에게 "다 같이 다시 공부를 해 보자며" 설득에 나섰다. '따로 또 같이'를 몸소 실천한 대표적 사례다.

    이 뿐 만이 아니다. SK종합화학이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 함께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 완공한 에틸렌 합작 프로젝트는 SK그룹의 중국 사업 중에서도 최대 성과로 꼽힌다.

    석유를 근간으로 한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있는 중동국가들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기업이 에틸렌 사업을 가지고 중국 땅을 밟은 건 SK가 처음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정유업계 1위, 에틸렌 3위, 윤활유 및 윤활기유 생산 1위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의 수많은 메이저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수준이다.

    최태원 회장이 '글로벌 파트너링'에 목말라하는 이유다.

    최회장은 이미 중국 석유화학산업 진출을 위해 7년 넘게 공을 들이고, 아무도 부활을 예상하지 않았던 하이닉스반도체를 과감히 인수해 그룹의 성장동력을 확보한 바 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과감히 유전개발 및 광구지분을 확보하며 에너지 영토를 넓혀 온 것 역시 SK 성장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특히 수감 중에도 국제정세에 목말라했던 최 회장의 가장 큰 관심은 사우디아라비아 였다. 당시 국왕이 바뀌는 상황에서 그동안 공들여 온 프로젝트의 변화에 걱정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당시 최 회장은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요구했고, SK그룹 차원에서 최 회장의 학습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외부 전문회사에 일을 맡겼을 정도다.

    옥중 경영으로 가장 큰 성과로 지목되는 부분은 대만 홍하이(鴻海)와의 협력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홍하이그룹에 SK C&C(현 SK ㈜ C&C)의 지분 4.9%(245만주)를 넘긴다.

    이에 앞서 홍하이의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은 직접 의정부를 찾아 SK의 ICT기술력을 바탕으로한 파트너십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팍스콘의 모기업이다. 향후 SKT의 ICT 기술력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등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 전기자동차에서의 협업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최근 최 회장의 해외 출장에서도 석유화학, 도시가스, LNG 등 에너지∙화학 분야와 ICT 등에 포괄적 협력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데 중점을 둔 만큼, 향후 SK그룹의 글로벌 거점에서의 현장경영 역시 같은 방식을 보이게 될 것 전망이다.

    결국 협소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ICT' 주인공으로 도약하기 위한 SK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이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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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기업재건 방점은 '행복'…"기업문화 바꿔, 직원 氣 살리고 반기업정서 해소도"

    SK그룹이 최태원 회장 경영복귀 3개월여만에 서서히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다.

    SK의 주력사업이 통신과 정유사업이다 보니, 요금 등의 문제에 있어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결국 실생활과 밀접한 '통신-정유'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기업문화 완성이 매우 중요한 만큼, 기존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에 최 회장은 3년여 만에 참석한 SK CEO세미나에서 '진화와 발전'에 이어 '바람직한 기업문화'와 '사회공헌 발전방향'에 무게 중심을 뒀다.

    최 회장은 옥중 집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통해 "선친께서 몸소 보여주신 사업보국과 사회공헌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내 인생의 소명을 이제는 사회적 기업에서 찾고자 한다"면서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 그기로 그 과정에서 발견한 희망과 아이디어 사회적 기업 활성화에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영리 기업을 경영하면서 활발한 CSR 활동과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해 사회 공헌을 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려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한 바있다.

    "산업환경이 내 생각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2년 7개월에 달하는 경영공백 메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어떻게 그룹을 재건해 나갈 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