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특정건설사 지원 VS 업무 수행에 불법 없다 주장 엇갈려
  • ▲ 강남 재건축 핫 플레이스로 꼽힌 대치동 구마을 3지구의 재건축이 혼돈에 빠졌다. 사진은 대치동 구마을 3지구 재건축 조합 앞 모습.ⓒ뉴데일리경제
    ▲ 강남 재건축 핫 플레이스로 꼽힌 대치동 구마을 3지구의 재건축이 혼돈에 빠졌다. 사진은 대치동 구마을 3지구 재건축 조합 앞 모습.ⓒ뉴데일리경제


    강남 재건축 핫 플레이스로 꼽힌 대치동 구마을 3지구 재건축 사업이 혼돈에 빠졌다. 임정춘 조합장 등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 간 갈등이 격화돼서다.  

    24일 오전 9시, 뉴데일리경제는 서울 여의도에서 대중교통으로 한시간여를 달려 서울 대치동 구마을 3지구에 도착했다.

    조합 사무실 입구에는 많은 조합원들이 모여 있었다. 경찰과 외부 용역 요원의 모습도 보였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임정춘 조합장과 조합원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해임된 임정춘 조합장이 직무대행에게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계속 조합 업무를 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정춘 조합장의 도덕성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  


    조합원 A씨는 "임정춘 조합장은 권한이 없는데도 어제(23일) 용역들까지 부른 후 긴급회의를 열어 시공사 결정을 시도했다"며 "조합원들에겐 한 시간 전에야 연락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시 총회에서 임정춘 조합장에 대한 해임 결정이 난 데다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지난 20일 조합장 직무를 정지시켰다"며 "그런데 임정춘 조합장은 직무대행에게 업무를 넘기지 않고 조합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B씨는 "모든 갈등은 자리를 지키려는 임정춘 조합장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임정춘 조합장은 이제 조합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합원 C씨도 "임정춘 조합장 때문에 이웃간의 우애도 깨지고 서로 의심하는 지경까지 왔다"며 "재건축은 임정춘 조합장의 개인 사업이 아닌 주민 모두의 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임정춘 조합장은 "이렇게 사람을 몰아붙이는 상황에선 할 말이 없다"며 "조합원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일단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인만큼 추후 법적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 ▲ 대치동 구마을 3지구 조합은 내부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은 대치동 구마을 3지구에 있는 다가구주택.ⓒ뉴데일리경제
    ▲ 대치동 구마을 3지구 조합은 내부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은 대치동 구마을 3지구에 있는 다가구주택.ⓒ뉴데일리경제


    앞서 조합원 38명은 지난 9월 22일 임시총회에서 임정춘 조합장과 이사 등 집행부 해임안을 의결했다. 이들은 해임 결정에도 임정춘 조합장이 같은달 26일 시공사 선정 계획을 확정하는 등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정춘 조합장과 조합 집행부는 임시총회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시총회를 연 조합원들이 총회 7일 전에야 투표용지를 변경한 데다 장소도 규정된 시기(7일 전까지)를 넘긴 5일 전에 바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전혀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투표용지는 해임에 대해 찬반을 표기하기 위해 변경했으며, 발송은 7일 전에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총회 장소도 벽보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공지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과 주민들은 임정춘 조합장이 특정 건설사 지원, 조합 예산 착복, 권한 남용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A씨는 "임정춘 조합장이 특정 건설사를 대놓고 밀어줬다"며 "A건설사가 조합원 개인 정보를 다 파악하고 있는데 어느 경로로 얻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A건설사 하청업체 직원들이 조합 사무실에 밤 11시가 넘도록 상주했다"며 "그런데도 임정춘 조합장은 자신을 반대하는 조합원이 특정 건설사와 결탁했다고 소식지에 싣기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주민 D씨는 "임정춘 조합장과 의견이 다른 사람은 다 쫓겨났다"며 "조합장이더라도 조합 예산은 총무를 거쳐 사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예산 문제를 제기한 총무를 물러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임정춘 조합장은 "대형 건설사 중 대림산업,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이 이 지역 재건축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특정 건설사를 지원한 적은 없다"며 "업무 수행에 불법적인 부분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호소문을 내고 "일부 시공업체와 결탁한 수주용역 브로커가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조합을 믿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 ▲ 대치동 구마을 3지구에는 낡은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이 많았다.ⓒ뉴데일리경제
    ▲ 대치동 구마을 3지구에는 낡은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이 많았다.ⓒ뉴데일리경제


    조합 사무실을 뒤로하고 대치동 구마을 3지구를 둘러봤다. 이 지역에는 낡은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이 많았다. 강남이라는 입지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조합의 다툼을 꺼리는 주민들도 많았다.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조합에 가서 물어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E 개업공인중개소 대표는 "재건축 자체는 대다수 주민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합 운영의 투명성 때문에 이런 갈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주장이 나오면 그쪽으로 쏠리는 경향도 보여서 주민들의 여론을 특정해서 말할 순 없다"며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서로 소통을 늘려가야 한다"고 전했다.

    당초 대치동 구마을 3지구 조합은 지난 23일 시공사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8일에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반도건설, 효성, 한양, 한신공영, 금성백조주택 등 12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조합 관계자는 "직무대행자를 통해 재건축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내년 1월에는 입찰 마감, 2월에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직무대행자 선정 등에 있어서도 임정춘 조합장과 조합원들 간 의견이 달라 대치동 구마을 3지구 재건축의 혼돈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대치동 구마을 3지구는 강남구 대치동 964번지 일대 사업면적 1만4833㎡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재건축이 이뤄지면 지하3층 지상16층, 6개 동, 총 273가구가 건립된다. 평형별로 전용 60㎡이하 45가구, 60~85㎡ 130가구, 85㎡ 초과 47가구다. 임대 가구는 전용 50㎡ 초과 35가구다.

    이 지역은 지하철 2호선 삼성역, 3호선 대치역, 분당선 한티역, 삼성로, 영동대로, 역삼로 등이 가깝다. 휘문중학교, 휘문고등학교, 경기고등학교, 대치동 학원가, 코엑스몰, 현대백화점 등도 인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