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극적인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수탁자책임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이미 시행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추가적인 법적 부담 없이 투자 수익 극대화와 기업 가치 증대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은 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필요성과 방향'을 주제로 공청회를 공동 개최했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활동 실태와 현행 법령상 기관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수탁자책임 및 의결권행사 책임을 짚어본 후 수탁자책임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제시했다.

     

    정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수탁자책임 활동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수탁자책임에 대한 인식 부족, 기관투자자의 이해상충, 의결권 행사를 위한 인프라 부족 및 비용 문제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탁법, 자본시장법, 국가재정법 등 현행법에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과 의결권행사책임에 관한 규정이 매우 체계적으로 완비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탁자책임 활동이 소극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법적 규제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에 관한 논의는 법제도 개선이라는 측면보다 이미 있는 법제도가 실제로 잘 작동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운영·집행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공시라는 간접강제 수단을 통해 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 추가적인 법적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도 투자수익의 극대화 및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수탁자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유인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관투자자에 의한 수탁자책임 활동을 담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써 해외 여러 국가에서 도입해 시행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의 사례를 들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이자 수탁자로서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영하는 자의 책임에 관한 원칙과 세부내용을 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배경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세계적 추세와 오너리스크 등 최근 자주 지적되는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위험, 그럼에도 주주총회 안건 반대율이 2%에 불과한 국내 기관투자자의 소극적 태도가 꼽힌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될 경우 투자대상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효과적인 위험관리, 중장기 성장 도모를 통해 고객ㆍ수익자의 중장기 이익 극대화, 자본시장 및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송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가 규모를 막론하고 코드에 가입해 수탁자 책임의 투명하고 공정한 이행을 약속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국내외 잠재 고객에게 평판과 신뢰도를 높이는 확고한 수단일 것”이라며 “정부의 경영개입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최소화해 운영자산 보호를 위한 연기금의 적극적 역할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기관투자자들의 수탁자책임과 의결권 행사책임을 고양시키고, 고객과 기관투자자간의 신뢰형성을 토대로 간접투자시장의 활성화 여건도 조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을 끌어올리고, 국내 기업과 자본시장의 중장기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의 내용상 기존 법제도와의 상충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크게 ▲내부자거래규제에서의 '미공개 중요정보의 취급'과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관여'와의 관계 ▲주식대량보유보고제도(5% Rule)에서의 '발행인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과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관여'와의 관계 ▲주식대량보유 보고제도에서의 '특별관계자', 공개매수제도에 있어서 '특별관계자'와 '다른 투자자와의 연대행동'과의 관계 ▲거대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 관련 보완과제 ▲기관투자자간 의결권 연계행사에 대한 입장 등이다. 정 연구위원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