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하향 압박 계속… 은행별 차별화 임박
  • ▲ 은행권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압박이 높아지고 있다ⓒ뉴데일리 DB
    ▲ 은행권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압박이 높아지고 있다ⓒ뉴데일리 DB

     

    은행권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갈수록 사업환경은 악화되고 기본적인 이익창출력은 하락세로 돌아선지 오래다. 자산 건전성과 손실 흡수력도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실질 총자산이익률(ROA)이 '0'에 가깝다보니 중대형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분위기다.

    실물경기가 좋지 않고, 앞으로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뛰어넘는 급격한 대출 성장은 자칫 은행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벌써 잠재 부실위험에 대한 경고음 마저 들린다.

    마침내 지켜보던 신용평가사들이 손을 대기 시작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1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하 SC은행)에 기업신용등급 'AAA' 지위를 공식적으로 박탈하고 'AA+'로 하향 조정했다. 2005년 이후 10년만의 일이다.

    NICE신평은 SC은행이 "최근 시장점유율 하락과 함께 국내 영업기반 축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핵심이익·건전성 지표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최고 등급을 부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꼬박 1년전 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 제시한 뒤 실제 등급액션을 단행한 것이다.

    당장 추가부실이나 유동성리스크를 논할 수준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SC은행은 시중은행과 동일한 'AAA'급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도 3일 SC은행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을 'A1'으로 새로 평가했다. 한신평은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 대주주 지원 가능성과 함께 대형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익성, 최근 구조조정에 따른 외형 축소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 ▲ 신용등급 강급에 이어 구조조정까지 몰아진 SC은행ⓒ뉴데일리 DB
    ▲ 신용등급 강급에 이어 구조조정까지 몰아진 SC은행ⓒ뉴데일리 DB

     

    씨티은행도 지난해 SC은행과 더불어 부정적 등급전망을 제시받은 바 있어 크레딧 이벤트의 확산여부가 주목된다. 씨티와 SC 두 은행의 사업위험 부문 신용등급은 이미 BBB급의 비우량은행으로 추락한 상태다. 둘 다 한국 내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만큼 모그룹의 지원 가능성도 줄고 있다.

    국내은행들의 신용등급도 더이상 견고하지 않다.

    부산과 경남은행은 위험업종 여신 비중이 높아 신평사들은 꾸준히 자산 건전성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조선과 해운, 철강, 건설 등 4대 취약업종의 대출 비중이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부산은행은 취약업종 대출 비중이 20%에 달했다. 전북은행과 대구은행은 보통주 비율을 높이기 위한 자본확충의 숙제를 부여받고 있다.

     

  • ▲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도 더이상 견고하지 않다ⓒ뉴데일리 DB
    ▲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도 더이상 견고하지 않다ⓒ뉴데일리 DB


    1200조로 눈덩이 처럼 불어난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도 주시 대상이다. 씨티와 SC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60%에 달했고, 국민은행도 50%로 높은 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SC(46%)와 국민(39%), 우리(32%) 등이, 담보인정비율(LTV)이 70%를 넘는 고위험 대출의 비중은 SC(6%)와 신한(5%)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용대출의 비중은 씨티(16%)와 SC(11%), 신한(9%) 등의 순이다.

    KEB하나은행도 기업대출 부실에 취약한 모습이고 수출입은행 3분기 말 BIS 비율이 9.44%로 떨어져 우량은행 대열에서 밀려났다.

    금융권에서는 "'은행=AAA'는 옛말이 되고 있다"며 "조만간 은행 간 신용등급 차별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2001년만 해도 시중은행의 신용등급은 A+에서 AAA까지 비교적 다양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우량한 은행과 덜 우량한 은행의 데자뷔가 아른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