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금융지주회사법 4년째 표류, 자동폐기 위기블확실한 증권업과 저조한 실적, 낮은 주가 '악재'
  • 지난 8월 SK(주)와 SK C&C가 합병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민은 시작됐다. 공정거래법상 SK C&C가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지분 10%를 2년 안에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SK증권의 지지부진한 실적과 낮은 주가는 국내 3대그룹인 SK그룹 위상에 걸맞지 않아 최 회장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는 것.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SK증권을 어떻게 정리할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8월 SK(주)와 SK C&C를 합병했다. SK C&C는 SK증권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문제는 금산분리에 따라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상 SK C&C는 2년 안에 SK증권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2017년 8월까지 어떻게든 SK증권 지분을 정리해야 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를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법 개정에 따라 굳이 지분 매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다.

     

    국회에 계류 중인 중간 금융지주사법이 통과되면 지주사가 중간금융지사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산분리를 피해 굳이 SK증권 지분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까지는 법 통과에 대한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릴 수 만은 없는 상태다. 관련 법은 4년째 표류 중이며 자동폐기 위기에 놓여 있어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또 다른 가능성은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SK증권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다.

     

    SK그룹은 2011년 7월 만료 시한을 넘겨 공정위로부터 50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고 SK증권의 지분 처분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결국 2012년 SK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던 SK증권을 지분을 같은 이유로 SK C&C에 매각했다.

     

    이번에도 SK C&C가 다른 계열사에 SK증권을 넘기면서 규제를 피할 것이라 관측이 우세하다. 가장 유력한 곳이 SK케미칼 등이다. 만료 시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SK증권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태원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SK증권은 실적이 저조하다. 연결기준으로 2013년 실적은 영업수익(매출) 4268억원, 영업손실 580억원, 당기순손실 46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는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올 1~3분기에는 영업수익 3767억원, 영업이익 321억원, 당기순이익 293억원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경쟁사인 유진투자증권이 493억원, 하이투자증권이 3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아직까지는 중대형사 이상으로 도약하지는 못하고 있다.

     

    낮은 주가도 문제다. 지난 4일 SK증권은 11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3537억원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319위에 불과하다. 최근 3년간 1000원대 전후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으며, 지난 4월 장중 2000원을 찍은 것이 최고다.

     

    SK증권 관계자는 “액면가가 500원이기 때문에 실제 주가는 1만1000원으로 봐야 한다”며 “이 정도면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그렇게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SK그룹이 아닌 다른 곳으로 SK증권을 넘겨 증권업에서 완전 손을 떼는 시나리오다.

     

    2003년 LG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LG증권과 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전부 매각한 바 있다. 이처럼 SK그룹도 크게 존재감이 없는 금융계열사인 SK증권을 아예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은 지주사인 뉴 SK(주)를 정점으로 ▲에너지·화학 ▲정보통신·반도체 ▲마케팅·서비스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에너지·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에너지, SK케미칼 등이 있다. 정보통신·반도체에서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이 버티고 있다. 마케팅·서비스의 경우 SK네트웍스 등이 있다.

     

    업계에서 TOP 수준을 유지하는 다른 대표적인 계열사에 비해 SK증권의 위치가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적절한 가격을 받고 매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몇 년째 매물로 나와 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좋았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실적이 다시 얼어 붙으면서 불확실한 업황을 예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등 전반적인 영업 구조가 개편되는 등 대외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 중에 있다”며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기한 내에 SK증권 지분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우증권 인수전 등 증권사들의 합병 경쟁이 가속화될 경우 규모를 키우기 위한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제3자 매각 가능성 자체가 아예 없는 것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