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회 논란·무색무취 꼬리표 떼기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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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 은행권 인사가 시작된 가운데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인사 스타일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실시한 '원샷 인사' 이후 '그룹장' 체제·부서장 사전 발령제를 시행하는 등 새로운 인사 실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본부부서장 사전 인사 발령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본부부서장을 미리 발표해 내정된 부서장이 사전에 업무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준비 기간을 주는 시스템이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해 정기 인사 후 바로 영업 지원에 나설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우리은행 측은 12월 중순까지 정기인사를 한 번에 마무리해 내년 영업을 12월부터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4일 예정보다 빠른 깜짝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8일로 계획하고 있었으나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인사 발표 시기를 앞당긴 것. 

    이와 함께 14년 만에 수석부행장을 폐지하고 영업·국내·글로벌 그룹장 체제도 새롭게 도입했다. 업무 연관성이 큰 조직들을 묶어 그룹장이 직접 관할토록 하는 체제로,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남기명 국내그룹장, 손태승 글로벌그룹장이 담당 업무를 수행한다. 시너지를 강화하고 민영화에 대비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실시한 연말 인사 스타일을 두고 '파격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당초 민영화를 앞두고 있어 임원 인사를 그리 크게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기 때문. 

    취임 당시부터 '영업력 강화'를 강조했던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적용해 실적을 기반으로 대규모 인사를 실시했다.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낸 핀테크 사업과 해외진출 사업을 전담했던 스마트금융사업단과 IB사업단을 각각 본부로 격상시켰다. 

    본부부서장 역시 성과우수자나 리더십이 강한 지점장급을 선발해 영업점과의 소통·지원을 원활하게 하고자 55개 본부부서 중 50% 가량을 대폭 교체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앞으로 본부부서장 이하 팀장급 정기인사도 영업 실적을 기반으로 단행할 예정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이번 인사로 금융권 내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내고 있다. 임원급을 대상으로 새로운 제도를 신설하고, 은행권에 없던 방식들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인사 실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취임 초만 하더라도 서금회 논란과 무색무취 스타일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녔지만 정확히 1년이 지난 지금. 이광구 은행장은 성과중심·영업력 강화·민영화 추진 등 업무 관련 수식어로 설명할 수 있는 은행장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취임 후 사실상 처음으로 이광구 행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를 실시했는데, 대규모 인사를 예상보다 빠르게 실시했다"며 "연말 내부 조직을 정비해 내년 민영화 달성을 적극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