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출범을 계기로 보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세계 최고의 ‘광고제’로 불리는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에서는 2016년부터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한다. 칸 라이언즈는 이미 2012년부터 ‘브랜디드 콘텐트 & 엔터테인먼트’라는 부문을 만들어 기업들이 제공하는 콘텐트나 엔터테인먼트 중 뛰어난 작품들을 가려왔다.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는 바로 그 부문을 좀 더 전문적이면서도 독립적으로 심사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하는 것이다. 

  2012년은 ‘칸 국제광고제’였던 공식 행사명이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0f Creativity)로 바뀐 해이기도 하다. 도대체 크리에이티비티가 뭐기에 비즈니스 세계에서 내노라 할 브랜드로 성장한 ‘칸 국제광고제’가 이름마저 바꾼 걸까? 

  창의력, 창조성이라고 번역되는 ‘크리에이티비티’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짝 다른 어감을 갖는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말하는 크리에이티비티는 독창적이거나 진보적이거나 상상력 풍부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특정 업무를 남다른 혁신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뜻한다. 

  따라서 크리에이티비티가 광고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신뢰와 사랑을 얻기 위해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재미난 게임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할 때도 크리에이티비티는 꼭 필요하다. 기업들이 PR 효과를 겨냥해 벌이는 다양한 활동 중엔 유익하거나 재미난 것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최종목적이 ‘이윤창출’이라는 것을 알기에 관심과 사랑을 주는데 매우 인색하다. 그 관심과 사랑을 얻는데 꼭 필요한 것도 크리에이티비티다. 

  기업에서 후원해 제작하는 브랜디드 콘텐트, 기업이 직접 제작하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에도 당연히 크리에이티비티는 필수다. 엄밀히 따지면 오늘날 블록버스터 급 영화나 인기 드라마 중 브랜디드 콘텐트 아닌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수많은 후원, 협찬사가 붙는 인기 영화 같은 경우엔 다시 또 그 가운데서 눈에 띄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최근 기업들은 그 때문에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에 주목하고 있다. 직접 기획과 제작에 관여하니 다른 기업들과 경쟁할 필요도, 스토리 흐름에 안 맞는 간접광고로 비난 받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기업의 메시지라면 일단 스킵(Skip) 버튼 누를 준비부터 하는 사람들이 과연 기업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를 자발적으로 봐줄 것인가?


  •   2004년 BMW가 클라이브 오웬 주연의 단편 영화 ‘고용(The Hire)’을 만든 이래 수많은 기업들이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를 제작해왔다. 하지만 007의 오메가 시계나 트랜스포머의 제너랄 모터스 자동차처럼 브랜드가 단지 소품으로 등장하는 데서 그친다면 굳이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를 제작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다. 오락물의 스토리와 메시지를 포함해 모든 것이 브랜드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럼에도 사람들이 기꺼이 자기 시간을 내서 봐주고 좋아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   2013년 칸 라이언즈에서 브랜디드 콘텐트 & 엔터테인먼트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인텔과 도시바의 ‘뷰티 인사이드’는 아주 좋은 사례다. ‘인텔 인사이드’라는 전설적 태그라인을 사람들에게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물론, 매일 모습이 변하는 알렉스의 동영상 일기 부분에선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한 이 오락물은 앞으로 기업들이 어떤 종류의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해야 하는지 확실히 보여준 기념비적 작품이다. 

      과거 미술과 음악은 대부분 선주문제작 형식이었다.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를 위해 시스틴 성당 벽화를 그렸고, 베르니니는 교황 알렉산더 7세를 위해 성 테레사를 조각했다. 바흐는 평생 동안 거의 매일 교회 미사나 궁정 행사에 쓸 음악을 작곡했다. 스폰서의 주문에 따라 만든 그들의 작품은 여전히 걸작으로 추앙받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 중 하나는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 모두가 공감할 명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힘을 갖고 있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기업들의 광고는 과거 미술이나 음악과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기업이 스폰서라면 대행사는 예술가이다. 뛰어난 브랜디드 콘텐트와 엔터테인먼트를 제작해 성공적인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비결도 아마 수 세기를 살아남은 예술작품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공감할 대의명분을 통해 사람들의 보편적 감성을 이해해 빼어난 기법으로 제작해야 한다. 뻔히 광고인 줄 알지만 도저히 스킵 버튼을 누를 수 없는 크리에이티비티, 그것이 바로 모든 기업들이 추구하는 브랜디드 콘텐트 & 엔터테인먼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