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승진 보다는 총괄부사장 거친후 대표이사 수순이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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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위기에 빠진 금호타이어를 구할 구원투수로 아들인 박세창 부사장을 전면에 내세울지를 놓고 심사숙고 중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르면 28일, 늦어도 29일에는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2가지다.

     

    우선은 박세창 부사장의 승진 여부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12월, 5년만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이 기간동안 투자가 위축되면서 제품 경쟁력이 떨어져 실적 부진에 빠졌고, 국내 업계 3위인 넥센타이어한테도 위협 받는 상황이 됐다. 노사 갈등으로 지난해에는 직장폐쇄까지 이어졌다. 결국 기존 김창규 사장 체제로는 더 이상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안으로 박 부사장의 승진 또는 대표이사 선임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박 부사장은 현재 금호타이어 기획·관리총괄 부사장이다. 금호타이어 전체를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예전에 영업총괄도 해봤기 때문이다.

     

    라이벌 관계 측면에서도 그렇다. 한진그룹 역시 최근 인사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총괄부사장으로 경영보폭을 넓힌 바 있다. 박 부사장(75년생)과 조 부사장(빠른 76년생)은 사실상 학교를 같이 다닌 동갑내기다. 경쟁관계에 있는 차기 후계자들의 위상을 봤을 때에도 박 부사장의 업그레이드는 불가피하지만, 당장 사장 승진보다는 총괄부사장 단계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세창 부사장이 지금 사장에 올라서면 경력 관리 차원에서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룹을 이어받을 후계자로, 경영 성과를 내면서 그룹 안팎에서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금호타이어의 현안을 해결하고 턴어라운드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간을 갖고 좀 더 경영 능력과 경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과감하게 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킬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보다는 향후 박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함으로써 실질적인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4월 박 부사장은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가 채권단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3일만에 물러난 적이 있다.

     

    아직도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올해는 절차를 밟아 대표이사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즉, 박 부사장이 총괄부사장을 하면서 단독 대표 또는 김창규 사장과 공동 대표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표이사 선임은 이사회에서 결정될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이번 인사와는 관련이 없지만,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