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SA·계좌이동제·퇴직연금·핀테크 서비스 등 실적 부담 커지는 은행원들
  • "IS보다 무서운 ISA 때문에 죽겠습니다”
 
오는 3월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도입을 앞두고 은행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와의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벌써부터 고객 유치 압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A은행에서는 벌써부터 사전 고객등록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B은행은 연초부터 목표치를 할당하고 가망 고객리스트를 제출하도록 명령이 하달된 상황이다.
 
은행원들의 실적 압박은 ISA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ISA외에도 계좌이동제, 퇴직연금 가입자 유치 등 은행이 새롭게 내놓은 금융상품에 대한 목표치가 떨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은행에 입행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은행원은 요즘 친구, 친척 등 지인을 총 동원하며 계좌이동제 실적을 채우느라 허덕이고 있다.
 
C은행에선 영업실적 때문에 웃지 못할 헤프닝도 벌어졌다.
 
최근 상무로 승진한 임원이 퇴직연금 실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된 것.
 
임원의 과도한 요구로 은행원들의 고충이 심화되면서 결국 노조가 비판 성명을 발표하려 했으나 조율을 통해 무마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상품 실적 외에도 핀테크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홍보활동도 영업 일선에 놓인 은행원들의 고충거리다.
 
지난해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한 A은행은 직원 한명 당 고객을 최소 50명에서 최대 150명까지 가입시키도록 할당해 은행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모바일 전문은행이나 메신저, 간편결제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 C은행도 직원들에게 가입 고객수를 늘리라는 주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들은 "공식 프로모션은 없으며, 직원들의 자발적인 마케팅일 뿐"이라고 선을 긋지만, 은행원들은 퇴근 전 지점장에게 당일 유치 고객수를 반드시 보고해야 하는 등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연초부터 은행원들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이유는 먹거리는 좀처럼 없고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경쟁사들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권의 수익성은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해결하고자 은행들은 해외점포 확대, 핀테크 사업 등 허울좋은 대안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직원들을 압박해 단기 실적 채우기 급급하다.
 
"ISA가 중동 극단주의 무슬림 단체(IS)보다 무섭다"는 은행원들의 농담이 단순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