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개성사업소에서 연간 100억 매출 타격쿠쿠전자, 전체 생산량의 15%를 개성공장서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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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중단키로 함에 따라 현대그룹을 포함한 124개 입주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그룹 같은 대기업은 물론 쿠쿠전자, 태광산업, 신원 등 중견 및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특히 전면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기업들의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11일 업계와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정부의 개성공단 단계적 철수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대북 사업의 가장 대표격인 현대그룹 타격이 가장 우려된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의 개성사업소도 전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개성사업소에는 면세점이 포함된 송악프라자, 주유소, 중장비 수리공장, 건자재공장 등이 있다. 주중에는 19명, 휴일에는 8명 이하가 근무하도록 돼 있어, 설 연휴에는 8명이 체류 하고 있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개성사업소에서는 연간 100억원 가량의 매출이 나오고 있다”며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피해를 우려했다. 전체 매출의 약 7%에 해당된다.

     

    현대아산은 2008년 박왕자씨가 북한 인민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관광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의 5.24 조치가 시행돼 신규 투자도 중단된 상태였다. 즉 금강산 관광사업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전면 중단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현대아산은 지금까지 대북사업 손실액이 누적으로 1조원(매출)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1∼3분기 동안 매출액 1073억원, 영업손실 39억원을 기록했다.

     

    ◇ 쿠쿠전자·태광 등 중견기업 생산 차질

     

    쿠쿠전자의 경우 개성공장에서 열판압력밥솥, 전기보온밥솥 등 전기밥솥을 생산하고 있다. 개성공장은 연간 84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2014년에 77만9081대를 생산했다. 지난해에는 1~3분기까지 65만5148대를 생산, 전체 생산량의 15.6%를 차지했다.

     

    쿠쿠전자는 이번 개성공단 중단 사태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 기업 이미지 또는 바이어들의 컴플레인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태광산업은 개성공단에 남한 측 직원 10여명과 북측 근로자 500여명이 일하고 있다. 현지에서 아크릴방적사와 PP마대를 생산하고 있다. 2014년에 아크릴방적사를 7563톤, 마대 32만1000장을 생산했다. 지난해에는 1~3분기까지 각각 5763톤, 26만7000장을 생산했다.

     

    태광그룹의 전체 매출액에서 개성공단의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경협 중단과 더불어,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개성공장에 있는 물품 반출은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남북의 합의로 반출 범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형적인 손실액은 160억~17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며 "설비를 철수할 시간과 범위가 얼마나 주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신원·K2코리아 등 의류업체 타격 클 듯

     

    특히,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업체 중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의류봉제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중 다수가 제일모직, LG패션, 세정 등 국내 패션기업에 납품하고 있고 신원, 좋은사람들, K2코리아 등이다. 

     

    개성공단에서 직접 공장을 운영중인 신원의 경우 12일까지 철수 요청이 떨어져서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원은 피해대책을 마련하고 통일부에서 정확한 지침이 떨어질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신원 관계자는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중에 있다”며 “너무 갑작스럽게 정해진 부분이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K2코리아는 전체 등산화 생산의 약 20%를 개성공단에서 생산하고 있다. 전체 매출로 봤을 때는 3~4%에 해당하는 적은 양이라 아직까지 대리점 납품 등 영업활동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이밖에도 뷰티업체인 토니모리 용기를 납품하고 있는 태성산업의 경우는 정부의 방침을 면밀히 검토 중에 있다.

     

    한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업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60~70%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124개 입주기업 5000여개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는 데다, 개성공단 내 설비와 자제 당장 회수를 못할 경우 1조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 기업 이미지 손실 등 추가적인 피해까지 감안하면 그 손실액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정부가 전시상황도 아닌데 설 연휴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오후 5시께 여의도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비대위 구성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