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교수 칼럼] 경쟁 없이 혁신 없어.. 경쟁은 생산자 변화- 소비자에 봉사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샌프란시스코 최대 택시회사인 옐로우캡이 앱(App) 기반의 우버(Uber)택시에 밀려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우버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파산에 이르는 과정에서 택시의 공공성 훼손과 실직 등에 근거한 엘로우 캡의 저항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버 이용자들의 좋은 평가가 기득권의 방어 논리를 극복해 냈다. 이것이 혁신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작업이 진행 중이다. CJ헬로비전은 지난달 26일 주주총회를 열어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안을 승인한 상태다. 두 기업의 합병은 이동통신 1위 회사와 케이블TV·알뜰폰 1위 업체의 결합을 의미한다.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 합병이 성사되면 SK텔레콤은 인터넷TV에 이어 케이블TV까지 보유하게 돼 다양한 결합상품 판매가 가능해진다. 이 같은 합병 시도에 대해 경쟁 이동통신사는 물론 시민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주총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주식을 53.9% 보유한 CJ오쇼핑이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방송법 등 일부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현행 방송법에서는 정부의 주식 인수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사업자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가 그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CJ헬로비전은 임시주총에서 ‘정부의 인허가 불허시 합병이 무효화 될 수 있음’을 기업공시를 통해 밝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합병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그 근거로 CJ헬로비전의 주식가격이 합병 전 주가가 반영된 ‘매수청구가격’(1만696원)보다 높음을 적시하고 있다. 합병법인의 미래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 반대진영의 비판은 전방위적이다. 개별 기업의 경영 측면에서만 현안을 보지 말고, 합병이 방송 생태계와 시청자 권익 등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살피자는 것이다. 합병이 이루어지면 SK텔레콤이 이동전화에 방송, 초고속인터넷 등을 저가에 끼워 팔아 방송·통신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동네슈퍼나 재래시장 등이 대형 유통사업자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듯이, 양사 합병이 이루어지면 지역 케이블 사업자 등의 영세업자가 문을 닫게 되면서 시장이 소수의 대형사업자로 재편돼 결국은 소비자 권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병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의 희생을 종용하는, 즉 ‘큰 것이 작은 것을 밀어낸다’는 논리다. ‘골목상권론’의 재판이다.

     

    그러나 반대진영의 ‘공정한 경쟁 제한, 생태계파괴, 공급자 주도의 시장재편’ 논리는 질서정연해 보이지만 천착하면 정형화된 ‘자기이익 보호’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포화 상태이다. 올해 3사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통 3사는 공히 조직 개편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 기업전략은 다르더라도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을 꾀하는 점에선 공통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이끌기 위한 핵심전략이다. ‘조직 변화와 신규 사업’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데 대해 이해 관계자들이 ‘된다·안된다’식의 사족을 달 이유는 없다.

     

    상업 세계에서 ‘동일한 선상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 상대방에게 기다려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시장 경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 간 합종연횡은 근본적으로 ‘사적자치’의 영역이다.

     

    법과 절차를 따르면 된다. 방송과 통신의 공공성, 생태계 운운하며 인수합병을 정치적 쟁점화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상업세계에서 사업재편 시도는 상시적 현상이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 등 진화는 시장경쟁 속에서 일어난다.

     

    방통융합 상황에서 공급자별 칸막이를 쳐 놓은 것 자체가 문제다. 자영업자도 아닌 기업간 경쟁에 ‘골목상권’ 논리가 재연된다면 이는 비극이다.

    민주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생산자를 변화시키고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며 봉사하게 되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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