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대우 실패 딛고 현대증권 인수 승자로인수전 내내 시달렸던 논란 극복·시너지 창출 과제로
  • KB금융이 증권 M&A(인수합병)의 흑역사를 끊어내기까지 베팅했던 가격들이다. 시간은 3년이 걸렸다. 돌고 돌아 1조2500억원 수준에 현대증권 지분 22.56%를 결국 손에 넣었다. 향후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 이후 시너지를 내는 것이 큰 과제다.


    "700억의 차이로 우투證 인수전 패배…업계 1위 증권사 도약 기회 놓쳐"


    KB금융은 지난달 31일 열린 현대증권 본입찰에서 1조2500억원을 제안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분율을 제외한 단순 베팅가격으로만 보면 현대증권 본입찰에서 제시한 1조2500억원의 금액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자산운용·우리아비바생명·우리저축은행)에서 제시했던 1조원보다 2500억원 높다.


    당시 인수전 승자였던 NH농협금융지주가 당시 4개 회사를 1조700억원에 인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700억원 차이로 우리투자증권을 빼앗긴 셈이다.


    우리투자증권 가격만 비교했을 때에는 KB금융이 NH농협금융지주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다. 반면 패키지 매물에 대해 마이너스가격을 제시하며 전체 금액에서 NH농협금융지주에 밀렸다.


    매도자였던 예금보험공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의 결과는 뼈아팠다.


    이후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해 출범한 NH투자증권이 합병과 동시에 자기자본 1위 증권사로 도약해 지금은 이미 업계에 안착해 멀찌감치 달아났다.


    여기에 KB금융이 마이너스로 판단했던 패키지 매물 중 한 곳인 우리아비바생명을 NH농협금융지주는 700억원 가량에 재매각하며 추가 실속도 챙겼다.


    과거의 일을 되돌릴 수 없지만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간발의 차이로 놓친 부분을 생각하면 입맛이 씁쓸할 수 있는 부분이다.


    "1년전 1000억을 더 안써 1조를 더 써야 했던 대우證 인수전…다시 쓴 맛"


    이후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도 KB금융은 인수전 초반부터 흑역사 조짐이 보였다.


    대우증권 지분 43%에 대한 몸값이 일찌감치 2조원을 넘기면서 1년전 1000억원을 아낀 댓가가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1조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근소한 금액 차이로 우리투자증권을 놓치고 높은 비용을 들여 대우증권을 인수한 결과에 대해서도 경영진과 이사회가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KB금융은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당시로서는 절박했던 대우증권 인수에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제 KB금융은 우투패키지 당시보다 1조원이 넘는 2조1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베팅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패배로 끝났다.


    미래에셋이 2조4000억원을 써내며 대우증권을 거머쥐었고, KB금융을 향해서는 증권업을 바라보는 은행권의 한계만 확인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이번엔 22.56%에 1조2500억 통큰 베팅…현대證 승자 됐지만 논란 잠재워야"


    결국 반년이 채 지나기 전에 KB금융은 1조2500억원을 베팅,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당당히 승리하며 M&A 흑역사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잇따라 탈락한 KB금융이 이번에는 경쟁사 대비 가장 공격적인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현대증권 인수로 KB금융은 3조원대 대형 증권사를 보유한 금융지주사가 된다.


    그러나 M&A의 트라우마를 벗어낸 KB금융에 대한 평가는 아직 냉랭한 것이 사실이다. 벌써 부터 '고가 인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2013년 우리투자증권 인수 지분은 37.85%였던 반면 현대증권 인수 지분은 22.56%로 지분율은 10% 이상 낮지만 오히려 현대증권 인수가격이 더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 해외 부동산 PF 투자 등으로 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우발 채무도 갖고 있다는 점 등이 고가인수 논란의 이유다.


    여기에 KB금융은 금융지주회사법상 상장자회사 주식 취득 요건을 채우기 위해 최소 7.5%가량의 현대증권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는 점도 우려사항이다.


    이같은 부분은 KB금융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단순히 3수 끝에 대형증권사 인수에 성공했다는 점에 안주해선 안되는 이유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 후 시너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긍정적인 전망과 분석도 많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 대형화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자본 6000억원대에 불과한 KB투자증권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스스로 몸집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고가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KB금융 입장에서는 현대증권이 반드시 필요한 매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효율적으로 잡았다는 분석이다.


    자기자본 4조원 수준으로 몸집을 키운 채권 강자와 리테일 강자의 만남을 업계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