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공식 사과·대책마련최대 피해자 낸 옥시 '묵묵부답', 홈플러스는 어정쩡한 사과
  •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 ⓒ김수경 기자
    ▲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 ⓒ김수경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발생 5년여만에 롯데마트가 고개 숙여 사죄의 뜻을 밝혔다. 롯데마트는 해당 업체 중 처음으로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18일 오전 기자회견이 열리기 바로 전날 밤까지 롯데마트는 내부적으로 숙고를 거듭한 끝에 자정 무렵에서야 기자회견 일정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5년 전 일이지만 그만큼 무겁고 중대한 사안임을 방증한다.

    18일 오전 11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어두운 얼굴로 나타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고개 숙여 사죄한 뒤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 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피해 보상 대상자 및 피해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우선적으로 100억원 규모의 피해 보상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에서 나온 롯데마트의 때늦은 사과와 대책 마련 방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과 시민 단체의 공분을 샀다. '진정성'이 결여된 보여주기식 언론 플레이라는 지적이다. 

    뒤늦은 사과였고 발표 시점 또한 의심을 살 만 하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로 최대 피해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가 주춤하는 사이 한 발 앞서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김종인 대표는 "문제가 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의 상품제조사와 원료공급사 등 여러 관계가 얽혀있지만 그 문제는 롯데마트의 문제"라면서 "피해자들의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필요하면 나중에 그 문제는 내부적으로 해결할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제조사, 원료 공급사 간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문제가 있는 제품을 판매한 대형 유통업체로서의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롯데마트 제품뿐만 아니라 옥시, 홈플러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함께 사용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면서 "단순히 같이 사용했다는 이유때문에 피해 보상 논의를 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간 피해자와 시민단체 등과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회피를 하고 싶어서라기 보다 이 사태가 크다 보니 내부 기준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히 대화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유연하게 대화를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궁색한 변명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옥시와 어정쩡한 입장을 밝힌 홈플러스를 보고 있자니 그나마 낫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홈플러스는 롯데마트 기자회견 직후 "검찰의 공정한 조사를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성실히 소명하겠다"면서 "검찰 수사 종결시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마저도 공식 입장 발표가 아닌, 언론의 입장 발표 요구에 뒤늦게 내놓은 답변이었다.

    검찰은 오늘 옥시를 시작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가 빠른 시간내에 끝나더라도 피해 보상 대책 마련과 피해자 합의까지는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부디 5년간의 침묵을 만회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