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3 총선 이후 정부가 주도한 첫 구조조정의 사례로 한진해운이 결정됐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가장 먼저 백기 투항한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최후통첩을 하며 압박한 결과다. 결국 조양호 회장은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고, 한진해운에 대해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했다.

     

    2013년 경영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구하기 위해 구원투수를 자청했던 조양호 회장이 업황 악화로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아쉽게 패전투수가 된 셈이다.

     

    한진해운은 한진家의 계열사였고, 조양호 회장 입장에서는 제수씨인 최은영 회장이 맡고 있었기에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었다. 채권단에서도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맡아달라고 종용했던 터라 사면초가였다. 

     

    당시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결단을 내렸다. 2013년 기준으로 한진해운은 부채비율 1400%, 영업손실 3000억원 정도로 부실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흑자전환할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한 경영 정상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그동안 1조원 가량을 쏟아 부으며 회생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장상황이 받쳐주지 못했다. 컨테이너 선사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컨테이너 선복 공급은 계속 증가했다. 초대형선 도입 확대와 선사간 인수합병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며 운임이 폭락했다. 해외 선사들은 정부가 저금리 지원을 해 상대적으로 한진해운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됐다. 결국 독자적인 노력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게 됐다.

     

    한진그룹은 여전히 한진해운을 국가대표 해운사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잠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채권단의 우산을 빌리는 형국이 됐지만 경영정상화 의지는 강해 보인다.

     

    이제 한진해운의 운명은 채권단에 넘어갔다. 칼자루를 쥔 채권단이 한진해운을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애쓴 조양호 회장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