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줄고 일부 중간재 공급과잉 우려 있지만…"업계 자율적 해결 가능"
  • 뉴데일리 미래산업부 윤희성 기자.ⓒ뉴데일리
    ▲ 뉴데일리 미래산업부 윤희성 기자.ⓒ뉴데일리

    석유(crude oil)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 시대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셰일층에 존재해 채굴이 힘들었던 가스(shale gas)와 오일(shale oil)이 기술 발전으로 시장에 싼 가격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셰일 가스의 등장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미국과 유럽의 석유트레이더들의 지갑을 홀쭉하게 만들었고 세계 소비 시장의 축소를 일으켰다.

    경제는 소비가 중심이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저유가로 시작됐다. 석유와 관련된 산업으로 돈을 버는 선진국들이 저유가로 벌이가 줄어들면서 소비는 위축됐고 세계의 공장을 자처했던 중국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저렴한 인프라와 인건비로 세계 최대의 공장으로 급부상했던 중국은 소비국이 지갑을 열지 않으니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보고 중국발 경제위기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기침하면 한국경제는 감기에 걸린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성장 둔화는 중국을 비롯한 생산국이 아닌 소비가 많았던 선진국이 주춤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신저유가시대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계적인 소비 감소는 수출 감소로 이어졌고 해운사들의 위기로 발현됐다. 해운사의 발주가 줄어들면서 조선업계가 휘청거렸고 세계에서 가장 배를 잘 만드는 대한민국이 주력 사업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저유가로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최근 위기 속 대한민국 경제를 웃게 하는 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된 석유화학이다.

    옷, 신발, 안경, 시계, 가방, 컴퓨터, 휴대폰, 자동차 부품 등 플라스틱, 고무, 섬유가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상품이 석유화학제품이다.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것이 석유화학이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제품에 따라 각기 다른 시장 상황은 호황과 불황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업 구조를 만들었고 꾸준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석유화학만의 특징도 만들었다.

    실제 석유화학 업계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3대 석유화학사인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은 모두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4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롯데케미칼은 4736억원을 LG화학은 4662억원을 기록했다. 내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화케미칼 역시 양호한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Naphtha) 가격도 함께 떨어져 스프레드(원료와 최종제품의 가격 차이)가 좋아졌다. 원유를 정제해 얻은 나프타로 에틸렌(Ethylene)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사들은 지난해부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에틸렌의 영향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원유의 가격 하락에 따른 나프타 가격 하락으로 원재료의 가격은 크게 떨어졌지만 일정한 에틸렌의 수요와 에틸렌 생산 공장의 한계 등으로 양호한 스프레드(원료와 최종 제품의 가격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제품은 TPA(terephthalic acid)와 합성고무다. 사업 참여에 높은 진입 장벽이 있지 않아 중국 업체들이 TPA를 수입하다가 최근 자체 생산하면서 국내 TPA 업체들의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천연고무 가격이 저렴해지면 대체재인 합성고무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 확보에 어려운 중국 TPA 업체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면서 천천히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천연고무 가격이 언제 급등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수차례의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과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석유화학업계. 일부 품목의 공급과잉 상황을 놓고 구조조정 대상이라 지목되는 것은 시장상황과 맞지 않다.

    선제적 대응 차원의 구조조정은 분명 필요하겠지만 이도 어디까지나 업계가 자율적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불안감을 고조시키거나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