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구조조정 실행으로 타 산업분야 대비 안정적"전문가, 업체간 M&A 활성화로 집중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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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해운, 조선 등 5대 산업 구조개혁에 나서며, 제 3트랙으로 분류된 철강업 구조조정 방향과 방안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열고, 5대산업에 3개의 트랙으로 나눠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업은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이 시행되면 공급과잉으로 판단되는 기업 스스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게끔 하는 제 3트랙으로 분류됐다.

     

    특히 철강업은 업계 자율의 컨설팅을 통해 수급전망, 경쟁력 진단 후 설비감축, M&A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정부가 경기민감업종인 철강산업에 업종별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채권단이 개별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이에 철강업체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전문화를 달성했다. 노후화된 전기로 등은 시설폐쇄나 가동중단을 시행했다. 향후 정부는 업계에 자율적으로 맡긴 컨설팅 결과를 주목, 공급과잉 분야가 존재할 경우에는 원샷법 등을 활용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합금철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합의한 설비감축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철강업계, 자체적인 구조조정 진행 중


    철강업계는 정부의 자율적 구조조정 결정에 자체적인 노력으로 응답해왔다.

    포스코는 재작년부터 자체적인 구조조정 일환으로 35개 계열사를 정리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3월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한 것과 전기로 가동을 잠정 중단한 것을 들 수 있다.

     

    현대제철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사업 다각화로 구조조정에 힘써 오고 있다. 2014년 포항 전기로 폐쇄, 동부특수강 인수, SPP율촌에너지 인수, 현대하이스코 인수합병 등을 해왔다.

     

    동국제강도 페럼타워 매각, 포항공장 후판설비 폐쇄 등으로 재무 구조 개선에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핵심은 동부제철 매각에 달려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포스코, 현대제철이 사업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동부제철 전기로 설비가 철강업 구조조정의 사실상 마지막 퍼즐이다. 현재 이란 철강업체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구조개혁 방안에서 철강산업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철강업체들은 각 사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남아있는건 동부제철 매각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부제철 매각 또한 국내 업체들이 나서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기로 설비는 이란에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동부제철 인수는 누가 할 것이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美·유럽 등 선진국 사례도 참고 가능


    국내 철강업 구조개혁에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수요 포화, 설비 노후화, 공급과잉 등으로 철강산업이 쇠퇴기에 접어들며 여러 차례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1970년대 두차례 오일쇼크로 인한 철강소비 위축으로 과잉능력이 3억톤에 달했다. 이에 미국은 시장에 의한 자연 도태를 유도했으며 유럽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통한 적극적 개입으로 6년에 걸쳐 과잉설비 문제를 해결했다.

     

    1990년대 구소련 붕괴로 시장에서는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함께 전후방 산업과의 수직적 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특히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 (Arcelor-Mittal)은 2006년 세계 1위 미탈스틸(Mittal Steel)이 2위 아르셀로(Arcelor)를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이는 국경 간 M&A로 대형화에 성공한 첫 사례이며, 이후 타타-코러스(Tata-Corus), 가와사키-NKK(KawasakiNKK) 등 여러 회사의 합병을 촉발했다.

     

    추지미 포스코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철강 경기가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근본적인 요인은 중국 철강 수요의 폭발적 증가 때문"이라며 "하지만 30여년에 걸친 선진국의 구조조정도 큰 몫을 차지했다"며 구조개혁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업계 전문가, 경쟁력 강화 위한 구조조정 필요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이 단순히 몸집 줄이기에 끝나서는 안되며, 핵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장성이 낮은 분야는 과감히 정리해야 하는 반면 핵심 경쟁력은 유지해야 한다"며 "산업 발전 방향을 공유해 기술집약적인 기능성 강판이나 특수강은 계속해서 시장 확대를 이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현곤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장은 "구조조정이 단순히 몸집 줄이기에 끝나면 경졍력 확보가 어렵다"며 "새로운 정보기술을 접목한 경영방식 도입과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생태계 건전성 또한 강화돼야 한다"며 "각 부문산업이 공존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보다 견실히 갖춰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원장은 "업체별로 전문화 영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간 돈이 되는 사업이면 너도 나도 뛰어들다보니 작금의 공급과잉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이는 업체들만의 잘못은 아니며 산업 정책에 있어 발전만을 강조, 역할 분담을 제대로 못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향후 구조조정 방향은 산업집중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철강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구조조정 진행이 빠르다"며 "그럼에도 일부 품목은 산업 집중도가 낮아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형업체들간 통합이 잘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강관과 같이 산업집중도가 비교적 취약한 분야는 통합으로 가동률 상승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