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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DB산업은행 ⓒ 정상윤 기자
    ▲ KDB산업은행 ⓒ 정상윤 기자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연일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은행이 야당의 반대를 들어 자본금 확충에 반대하자 '코코본드'를 제시, 시간 벌기에 나섰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내부적으로 각각 자본확충 방안에 대한 비공식 논의에 들어갔다.

    산은은 실질적인 자본확충 방안으로 자본금 확대나 후순위채 인수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 이대현 정책기획부문장(부행장)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에 도움이 되려면 자본확충인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의 자본금을 투자하거나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후순위채를 인수하는 방법이 돼야할 것"이라 밝혔다.

    이 부행장은 "법적 검토를 통해 두 가지를 믹스(조합)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 했다.

    수출입은행의 입장도 산업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금 확충이야 말로 실질적인 구조조정 재원조달 방법이라는 인식이다.

    정부 역시 두 은행에 자본을 늘려주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 수출입은행의 수출입금융채권(수은채) 등을 사들이면 유동성을 공급할 순 있지만 부채를 늘리는 것이어서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를 띠고 있다.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을 서두르는 데는 구조조정 1순위인 조선업과 해운업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60%이상이 산은과 수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자본확충 없이 구조조정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말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각 14.2%와 10.0%이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산은과 수은에 자본금을 늘리는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한은은 수은의 2대 주주로 수은 출자는 수출입은행법에 근거조항이 있어 법적인 문제가 없다. 다만 산은에 출자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한은은 이달 말 출범하는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야당이 자본금 확대를 반대하자 출자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정부가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 카드를 꺼내든 것도 한은과 야당을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산은법 개정을 추진하고, 법 개정 전에는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할 것"이라 말했다. 코코본드는 채권처럼 사고 팔 수 있고 은행의 재무건정성이 나빠지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국제규정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재무건전성도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오는 4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주재하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 회의에는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금융위와 산업은행을 비롯해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관계자가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