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협상-사채권자 동참-해운동맹 유지' 조건부 한진측 "1조 이상 부었다...더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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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일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일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으로 가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7개 채권금융기관은 4일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를 결정했다. 자율협약은 이해관계자(용선주, 사채권자)의 동참과 해운동맹 유지 등을 전제로 채권단 100%의 동의를 얻어 이뤄졌다. 위 조건 중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향후 3개월(필요시 1개월 연장) 간 채권의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다.

    앞으로 채권단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채무재조정 방안을 마련한다. 실사를 통해 용선료 협상 진행상황과 자구노력,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회생안이 담긴 보고서가 나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있다.

    앞서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사전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자율협약 신청서를 냈다가 자료 보완 요구를 받았다. 또 오너 일가인 최은영 전 회장이 조건부 자율협약 신청 직전 주식을 내다 팔아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구조조정 시작 전부터 진통을 겪었다.


    ◇ 전면 나선 조양호.. 한진해운 회생할까

    채권단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받아들인 데는 한진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역할이 컸다.
    자율협약을 하루 앞둔 3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 한진해운 문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경제순방단에서도 막판에 빠졌던 그였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등 긴급한 그룹 내 현안을 수습할 것"이라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 사퇴로 '회생 진정성'을 꺼내 보인 것과 동시에 조건부 자율협약의 핵심인 해외선주와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옥 매각 등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하는 데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힌 셈이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한진해운의 부실이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등으로 번지는 일도 막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조 회장과 자율협약 단계에서 300억원의 사재를 내놓은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을 비교하며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만 한진그룹에서는 2013년부터 조 회장이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쏟은 돈만 1조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또 한진해운이 임원 급여 최대 50% 반납, 인건비 10% 절감, 복리비 100%삭감 등 자구안을 내놓으며 비상 경영의 고삐를 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직후, 정부에서 후임을 즉각 발표하자 정부에서 조 회장이 조직위에서 손을 떼고 경영에 전념하라는 뜻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 ▲ 한진해운은 4일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와 동시에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협상에 돌입한다.  ⓒ 한진해운
    ▲ 한진해운은 4일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와 동시에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협상에 돌입한다. ⓒ 한진해운




    ◇ 용선료 협상단 꾸려.. 해운동맹도 함께 뛴다

    한진해운 회생의 첫번째 키는 용선료 협상에 달렸다. 한진해운은 최근 그룹 내 용선료 인하 협상단을 꾸려 해외 선주들과 미팅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채권단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인가한 만큼 즉각 협상단을 현지로 보내 용선료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단에는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와 마크 워커 변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와 자구노력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앞서 산업은행 이대현 정책기획부문 부행장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용선료 협상과 자구안이 제대로 안되면 법정관리도 불사할 것이라 밝혔다"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산은은 손실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 못지 않게 새 해운동맹(얼라이언스)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해운동맹 재편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내년 3월 계약이 만료되는 기존 해운동맹(CKYHE)의 재편에 대비해 일찍이 독일 등 새로운 동맹 파트너와 접촉해왔다. 한진해운은 상반기 중으로 해운동맹 구성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 결과보다 해운동맹 결과가 먼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진해운의 차입금은 총 5조6000억원 규모로, 회사채 1조5000억, 선박금융 3조2000억원, 금융권 차입은 7000억원대이다. 한진해운은 사선 60척, 용선 91척 등 총 151척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용선료로 지급한 금액만 1조1469억원에 달한다. 

    한편,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용선료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돼 이달 10일께 타결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산은은 "현재 선주사와 적극적인 협상을 전개하고 있으나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해 협상 타결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