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증가로 불안요인 감소, 시장원칙에 맡겨야건설사 경영지표 악화…"경쟁력 확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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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뉴데일리경제

     

    정부가 건설업을 경기민감업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직접적인 구조조정 태풍을 피한 만큼 건설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여전해 건설사의 자구노력과 시장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열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건설업이 기업 구조조정 최우선 순위인 경기민감업종에 포함되지 않았다.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할 정도로 기업의 경영부실이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부실 건설사에 대한 강제 구조조정 대신 채권단 주도의 상시 구조조정을 지속하기로 했다.


    당초 건설업계는 구조조정 대상에 건설산업이 오른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특정 시기에 업황이 나빠진 데 따른 경영악화를 두고 현재 기업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발이 많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은 원래 상시 구조조정 중으로 조선·해운과는 상황이 달랐다"며 "건설업계는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해외건설에서 부실이 있더라도 다른 사업과 시장에서 수익을 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그건 시장 논리에 맡기면 될 일로 정부가 나서야 할 정도로 급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미청구공사액을 가지고 건설사가 부실하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정 시기의 문제를 가지고 한계기업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 분양이 잘되고 있고 먹거리 확보가 이뤄지고 있어 건설업을 압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은 해외 저가 수주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질개선에 주력해 왔다. 악성 현장에서 손실을 실적에 선반영하고, 매출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수익성에 중점을 둔 선별 수주로 내실을 키워왔다.


    국내 주택사업 역시 금융부담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단순도급형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과거처럼 시행부터 시공까지 건설사가 한번에 하는 자체사업보다는 수익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곳만 들어가는 등 주택시장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 수익성이 기대되는 LH의 공공택지 입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안정적 수익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다.


    그 결과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15년도 기업공개 건설사(131개사)의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한계업체 비중은 39.7%로 전년도 46.9%보다 7.2%포인트 줄었다. 해외사업 손실이 심했던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내 대형사의 차입금 의존도도 18.2%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감소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구노력에도 건설업계의 경영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의 경우 수년째 기업회생을 이루지 못한 곳이 허다하다. 잠재적 불안요인은 갖고 있다는 얘기다.


    2015년도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0개사 중 14개사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신청 포함) 중이다. 대림산업 계열사인 삼호·고려개발과 진흥기업·신동아건설·동문건설이 워크아웃 중이다. 법정관리는 동부건설·경남기업·삼부토건·극동건설·STX건설·울트라건설·동아건설산업·티이씨건설·남양건설 등이다.


    건설사의 부채비율, 유동비율 등 안정성 지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 대부분 경영지표가 나빠진 것이다. 2015년도 기업공개 건설사의 수익성 지표 중 매출액영업이익율은 전년동기대비 2.8%포인트 감소한 -1.9%를 기록했다. 조선업을 겸업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해운업 불황과 저유가로 인한 해외건설사업 실적 부진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도 4조1552억원의 영업손실로 -168.5%로 급격히 악화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체감보다 경영실적은 훨씬 나쁜 상태다.


    따라서 건설업계 역시 장기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도 경쟁력을 갖춰 시장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업이 튼튼하게 내실을 다지기 위해선 장기적인 관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경제 성장기에야 인프라 공사가 많으니 건설업이 클 수 있었지만 이젠 건설업 성장은 한계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어 "건설사들이 단순도급 공사가 아닌 임대관리업 등 종합부동산업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일본 미쓰이부동산 사례처럼 건설사가 주택을 직접 보유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럴헤저드에 빠져 경영부실을 불러온 현직 경영진들을 대거 이선으로 물러나게 해야 기업회생을 이룰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유임시켜주고 채권 및 채무만 동결하는 방식의 ‘기존관리인유지제도(DIP)’가 기업부실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설명이다.


    물론 DIP는 수주산업 특성상 기존 경영진의 인맥과 영향력이 수주에 유리, 조기 회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경영권이 보장되는 만큼 신속한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경영진이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지않아 이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낳기 쉽다. 또 공적자금을 투입해 오너일가의 배를 불려주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에 한계기업이 만연한 것은 기업의 경영개선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한 결과"라며 "건설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공사대금의 지급거절이나 삭감조치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협력사의 부도를 초래하는 등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