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으로 잃은 신뢰, '건전한 경쟁' 기대요금제명 바뀔 경우 또 다른 혼선 야기 우려 등 "변경 내용 홍보 필요"
  • 최근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요금제에서 '무한·무제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LG유플러스는 두달 전부터 무제한 등의 문구가 들어간 각종 포스터 등을 철거하고 지난 4월 말에는 '요금제 명칭 변경 신고'를 마쳤다.

    요금제 상품명서 무한·무제한이라는 표현이 마치 실제 모든 음성통화와 데이터를 주는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초래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 한 이통사의 'LTE 무한 90' 요금제는 통화만 무제한이고, 데이터는 15GB까지만 쓸 수 있다. 그런데 명칭에 '무한'을 붙이면서 모든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것처럼 가입자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줬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3월 이통사의 무제한 요금제가 실제로는 무제한이 아니라는 시민단체 비판을 받아들여 소비자에게 데이터로 보상하는 잠정 동의 의결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최신폰 마련이 가뜩이나 어렵고, SKT-CJ헬로비전 인수 건 등 이통사들의 진흙탕 싸움에 소비자가 지칠대로 지친상황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주목해야할 부분은 LG유플러스가 이같은 정책을 펼치자, 경쟁사들도  '무한·무제한' 표현 삭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을 하던 이통업계에 건전한 경쟁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KT는 일부 요금제에 대해 무제한 문구 삭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SK텔레콤 역시 지난달 요금제를 설명하는 자료에서 무제한이라는 문구를 뺐다.

    업계에서도 SK텔레콤과 KT가 요금제 상품명서 '무한·무제한'이라는 표현 삭제에 동참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더라도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에 추가 요금이 붙거나 데이터를 같은 속도로 무한정 사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해 왔다"며 "이 같은 목소리에 LG유플러스가 변화의 뜻을 내보인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 전반에 심어져 있는 통신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꿔 시장의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SK텔레콤과 KT도 '무한·무제한' 문구 삭제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갑자기 '무한·무제한'의 문구를 삭제할 경우 기존 고객들에게 또 다른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관련 내용 홍보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혼선을 피하고자 요금제서 '무한·무제한' 문구를 삭제하는 것인데, 변경 내용 홍보 없이 갑자기 문구를 없애면 또 다른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어서다.

    최근 3년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이동통신 관련 민원은 총 1만244건이며 이 중 요금 관련 민원은 70.7%로 가장 많다. 경쟁사 견제를 위해 신고·소송을 남발하고, 막가파식 비방전이 끊이질 않는 이통업계서 무엇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수치가 아닐까 싶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실행해 옮기는 것은 산업 활성화 역할을 맡은 기업의 책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LG유플러스의 '무한·무제한' 문구 삭제는 기업의 책임에 부합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KT의 건전한 경쟁 움직임도 기대해 본다.

  • ▲ ⓒ뉴데일리경제DB
    ▲ ⓒ뉴데일리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