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로 카타르 진출한 건설사 고민 커져

  •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카타르 철도공사(QRC)가 발주한 14억 달러 규모의 지하철 역사 건설 프로젝트 계약을 해지 당했다. 건설업계는 공정률 40%가 넘는 사업을 발주처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한 데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카타르는 월드컵 특수로 중동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국내 건설사에게는 단비같은 존재였다. 우리 건설사들은 치열한 수주 경쟁을 통해 현지 지하철·항만·도로·교량 공사에 참가했다. 삼성물산 역시 2011년 3억8500만 달러 규모의 교량·도로 건설공사를 수행했다. 당시 예정 공기를 앞당기는 경쟁력을 보여줘 신망이 두터웠다.

    해외 수주 시장에서 건설사와 발주처와의 관계 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발주처와 의견 조율이 실패해도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삼성물산은 이번 일방적 계약해지에 대해 법적 절차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지 발주처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선붇리 행동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중동 발주처에서 사업 진행 압박이 강해졌다"며 "현지 상황이 녹록지 않으면서 건설사의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삼성물산의 계약 해지는 공사 진행 중 발주처의 의견 차이가 발생해 벌어졌다. 발주처가 계약 조건에 어긋나는 요구를 하자 삼성물산이 난감함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발주처가 다른 업체를 찾겠다는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통보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약해지 통보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난 9일 삼성물산는 공시를 통해 "발주처가 계약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지시해 분쟁이 발생했다"며 "계약상 규정된 분쟁 해결절차를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

    국내 건설사는 해외사업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 이번 계약 해지로 중동 사업의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현재 중동은 저유가로 사정이 어려운 형편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공사는 대금 지연 문제 등으로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결국 '중동 쇼크'가 재현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해외사업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다. 발주처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추가적인 손실도 예상된다. 지난 1분기에도 해외에서 상당한 손실을 본 상황에서 이번 카타르 일방적 계약 요구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계약 조건에 따라 성실하게 공사를 수행했다는 입장이다. 추후 계약·법률에 따라 분쟁 해결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번 사건은 카타르에서 수행하는 공사 계약의 불확실을 보여준 사례다. 도하 메트로 사업을 비롯해 카타르 곳곳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건설사들은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저유가에 따른 발주량 감소와 중국 등과 수주경쟁이 겹치면서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따라서 발주처의 의견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정부는 이란에서 대규모 수주를 통해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겠다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카타르 사례처럼 중동 리스크는 건설사의 몫으로 떠넘겨진 상태다. 건설업계는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위기업종 중 하나다.

    따라서 단순히 목표액을 체우는 것이 아니라 발주처와 생길지 모르는 리스크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제2의 중동붐에 앞서 해외에서 우리 건설사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중동 발주처의 갑질에 대비한 리스크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