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민간 분리개발도 여의치 않아
  • ▲ 인천로봇랜드 홈페이지. ⓒ 화면 캡처
    ▲ 인천로봇랜드 홈페이지. ⓒ 화면 캡처

인천시가 청라국제도시에 조성 중인 로봇랜드 사업이 민자 투자 유치 실패로 좌초위기에 직면했다.

인천시는 국비와 시비 1,19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공공부문 개발을 먼저 마무리 한 뒤, 당초 계획한 테마파크 조성 등 로봇랜드 내 민간부문 개발을 계속 추진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낮은 사업성과 부지 가격 인상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의 복안은 구상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는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방침 아래, 사업시행 위탁기관인 인천로봇랜드(SPC, 특수목적법인)를 청산하고, 사업권을 인천정보산업진흥원(공공부문)과 인천도시공사(민간부분)에 각각 넘긴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청라로봇랜드는 인천경재자유구역 정라지구 내 76만7286㎡의 땅에 6,704억원을 들여, 로봇관련 연구소, 관련 산업 지원센터, 교육기관, 민간인이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 대규모 호텔 및 상업시설 등을 짓는 국책사업이다.

사업비는 국비와 시비 각각 595억원외에 나머지 5,514억원은 민자 투자를 유치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로봇랜드 공공부문 사업은 시행자로 선정된 인천시가 로봇산업지원센터, 로붓연구소 등을 건립하면서 큰 잡음 없이 진행됐다. 문제는 로봇랜드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민간부문 개발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점이다.

민간부문 개발이 해법을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토지가격과 낮은 사업성이다.

테마파크나 대규모 복합상업시설 등은 사업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이들 사업을 민자 유치로 추진하는 경우, 토지가격은 해당 사업의 수익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 바로미터다.

그러나 청라로봇랜드의 토지가격은 투자자들이 사업을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당초 청라로롯랜드 토지의 조성원가는 3.3㎡당 11만원 정도였으나, 시는 해당 토지를 3.3㎡당 236만원이란 높은 가격으로 인천도시공사에 출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토지 조성원가가 얼마였느냐가 아니라, 시세인데, 출자 당시 주변 토지의 시세가 그 정도였다”며, 출자 당시 토지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반면 로봇랜드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인천시의 해명과는 거리가 멀다.

업계에서는 “인천시가 토지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올려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인천시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시는 토지가격 인상에 따른 사업성 부족으로 투자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기반시설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지만 이것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시가 당초 11만원에 불과한 토지가격을 20배 넘게 부풀려 인천도시공사 측에 넘긴 근본적인 이유는 시의 열악한 재정사정 때문이다. 재정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천시 입장에서는, 로봇랜드 부지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시가 바라는 대로 로봇랜드 사업 새판짜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 위탁 기관인 인천로봇랜드에 출자한 민간투자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인천로봇랜드는 시와 민간투자자가 사업 시행을 위해 2009년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최초 자본금은 108억원, 현재 자본금은 160억원이지만, 전액 잠식 상태다.

투자자를 기준으로 하면, 민간투자자가 75억원, 인천정보산업진흥원이 80억원, 인천도시공사가 5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인천로봇랜드에 지분을 갖고 있는 민간투자자들은 “사업 무산의 책임은 인천시에 있다”면서, 투자금에 위약금을 더한 보상 혹은 사업 우선 시공권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천로봇랜드 민간 투자자들은 공사가 끝난 로봇산업지원센터와 로봇연구소 등 공익시설의 소유권을 넘기라는 시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공익시설은 2012년 정부와 인천시가 인천로봇랜드와 사업 시행 위탁계약을 맺고 지은 건물로, 국비와 시비 1,190억원이 들어갔다.

시는 최근 인천로봇랜드에 공문을 보내, 공익시설의 소유자 명의 변경을 요청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로봇랜드가 공익시설에 대한 소유자 변경을 거부한다면, 로봇랜드 사업은 최악의 경우 송사로 얼룩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로봇랜드 사업을 둘러싼 상황이 갈수록 꼬이면서, 인천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로봇랜드 테마파크 등 민간부문 개발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다.

인천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분을 분리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 로봇랜드 사업계획을 변경할 방침이다.

그러나 인천로봇랜드에 참여한 민간투자자들의 반발이 계속된다면, 시의 분리개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천로봇랜드에는 전략적 투자자로 LG CNS, LG전자, 포스코ICT, PICO 등 4개사, 건설 투자자로 한양 두산 도원건설 등 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로봇랜드의 향후 전망에 대해 인천로봇랜드의 한 관계자는 “시와 민간투자자들이 불신을 털고 가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투자자들도 수십억원을 넣었는데 당연히 사업을 계속 끌고 가고 싶어 한다. 인천시도 이 부분에선 같은 입장이다. 문제는 총론은 같은데 방법론에서 논의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시도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로봇랜드 청산을 비롯해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곤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다른 회생방안이 있으면 그걸 찾아야 하고,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인천로봇랜드 청산이) 사업을 정상화시키는데 유리하다고 판단된다면 그렇게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로봇랜드 부지는 매립만 이뤄진 벌판에 불과하다. 도로와 상하수도시설은 물론 구획도 정비가 안 된 상태다. 시는 기반시설 조성을 민간투자자들에게 약속했지만 열악한 재정사정 때문에 공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