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개정' 국회 통과...제주 지사 정성에 野 의원 찬성말레이 버자야-JDC 불신 해소가 먼저
  • ▲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일대 74만4000㎡(약 22만5000평) 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조성될 호텔·전문쇼핑몰 조감도. ⓒ 사진 뉴시스
    ▲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일대 74만4000㎡(약 22만5000평) 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조성될 호텔·전문쇼핑몰 조감도. ⓒ 사진 뉴시스

19일, 국회가 제주특별법 개정 법률안을 원안대로 가결하면서, 1997년 유원지 설립 계획 발표 후 20년 가까이 진통을 겪고 있는, 제주 서귀포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토지 수용단계부터 일부 주민의 반발로 송사에 휘말린 이 사업은, 해외 투자자, 제주도, 최초 사업시행자였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토지 소유주들이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특히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예래단지 조성사업 인가와 토지수용은 모두 원천 무효”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리고, 광주고법이 개발행위 중단을 명령하면서, 사업 무산에 대한 우려는 극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예래단지 사업시행자인 ㈜버자야제주리조트는, JDC를 상대로 3,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는 등 이해당사자 사이 불신의 골은 더 깊게 패였다.

예래단지 사업은,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가 약 74만4,207㎡(22만5000여평) 부지에 5성급 고급 호텔, 콘도미니엄, 복합 쇼핑몰, 의료센터, 카지노, 스포츠센터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종합 휴양단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2조5천억원.

예래단지 사업은 1997년 서귀포시가 예래동 일대 40만㎡ 부지를 유원지로 개발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2005년 서귀포시는 인근 토지를 포함 사업부지를 77만㎡로 확대했으며, 사업은 이듬해 최종 확정됐다. 처음 사업시행자는 JDC였으나, 2008년 이후 버자야제주리조트(주)로 바뀌었다.

버자야제주리조트(주)는, 국토해양부 산하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말레이시아 대기업인 ‘버자야 그룹’의 투자를 받아 2008년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현재 지분은 버자야 81%, JDC가 19%를 갖고 있다.

버자야는 지금까지 약 2,800억원을 예래단지 사업에 투자했으나, 지난해 공사 중단 이후 추가 투자를 중단한 상태다.

사업은 시작부터 비틀거렸다. 일부 토지주들이 JDC 측의 토지 매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업은 처음부터 행정관청의 힘을 빌려야 했다. 2006년 12월 제주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JDC의 요청을 받아들여, 토지수용 재결을 결정했다.

토지수용이 결정된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2007년 12월31일, 사업부지 내 토지 소유권을 가진 원주민 4명은, 제주지법에 제주지방토지수용위원회와 JDC를 상대로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2009년 12월, 1심 재판부는 “토지수용 재결 처분은 유효하다”며 제주도와 JDC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1년 1월 12일, "휴양형 주거단지는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상 ‘유원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토지수용 재결처분의 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20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 인가처분은 그 하자가 명백해 당연 무효이다. 이에 기초한 토지수용재결도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광주고법은 위 소송을 낸 원주민 4명이 소유한 토지에 대한 개발행위 중단을 명령했다.

대법원 판결로 사업 인가 및 토지수용 결정이 모두 효력을 잃으면서, 사업시행자인 버자야제주리조트는 JDC를 상대로 3,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버자야 측은 JDC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민감한 현안을 숨겼다며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19일 국회를 통과한 제주특별법 개정법률안은, 사업 전면 무산 위기에 놓인 예래단지 사업을 살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정된 제주특별법은 ‘유원지 시설의 범위’에 관광시설을 포함시키고, 유원지 시설의 결정과 구조, 설치기준에 관한 사항을 제주도의회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특별법은, 난개발 방지를 위한 단서조항과 3가지 부대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부대조항은, 첫 번째 이미 지정된 유원지 시설 외에 신규 지정을 억제하고, 새로운 사업은 개별 법령에 따른 관광지 또는 광광단지로 지정·개발할 것, 두 번째 ‘이 법 시행 당시 소송 중인 유원지 사업에 대해서는 토지주 관련 소송결과 및 토지주들과의 협의를 거쳐 그에 따른 행정절차를 이행할 것, 세 번째 이와 관련한 조례를 제・개정할 때 이해관계자 및 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할 것’ 등이다. 

여기에 ‘유원지 내 숙박시설을 30%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단서조항으로 명시됐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제주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여의도 국회를 찾아 ‘읍소’를 마다 않은 원희룡 제주지사와, 사업시행자인 JDC, 제주특별법 제정 촉구를 결의했던 제주도의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환경훼손과 난개발 등을 이유로 처음부터 사업 추진을 반대했던 일부 시민단체는 “국회가 대법원의 판결을 무력화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주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계기로, 제주도 최대의 난제로 여겨진 예래단지 조성사업이 다시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개정된 제주특별법에 따르면 예래단지의 사업규모, 사업부지, 세부 사업 내용 등에 대한 변경이 불가피하다.

개정된 제주특별법에 따르면, 유원지 내 숙박시설 비중은 전체의 30%를 넘을 수 없다. 반면 예래단지 기본 계획에 따르면 숙박시설 비중이 전체의 51%에 이른다. 따라서 예래단지 사업은 기존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는 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

대법원은, 예래단지가 ‘주민 복지증진을 위한 시설’, 즉 유원지를 표방했지만, 사실상 영리를 추구하는 관광시설에 불과하다는 판단 아래, “사업 인가 및 토지수용 결정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예래단지가 안고 있는 법률적 하자는, 개정된 제주특별법을 통해 사실상 치유됐다. 개정 법률이 유원지의 범위에 ‘관광시설’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개정 법률이 예래단지 사업 정상화의 단초를 놓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개정 법률은 사업이 안고 있는 법적인 모순을 해소해 줬을 뿐이다.

예래단지 사업과 관련해, 제주도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제 사업 정상화 여부는 전적으로 JDC와 버자야 측의 몫으로 남겨졌다.

결국 예래단지 사업 정상화는, JDC와 버자야 측이 그동안 쌓인 오해와 불신을 털어내고,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관련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란 점도 사업재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원주민들이 제기한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이나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내린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이 모두 마무리되려면 적어도 1~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판결 결과에 따라 JDC와 버자야는 사업의 전체 범위나 세부 계획을 변경해야만 한다.

때문에 예래단지 조성사업의 극적인 회생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해 4월 15일 열린 제329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행정의 실패와 과오를 인정하며 원인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사진 뉴시스
    ▲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해 4월 15일 열린 제329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행정의 실패와 과오를 인정하며 원인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사진 뉴시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파국’을 막고, 지역 최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원희룡 지사가 보여준 리더십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원 지사는 개정 법률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10시간 동안 국회에 ‘대기’하면서, 법사위원들을 설득했다.

    국회 법사위 통과 당시 일부 야당의원들은 “예래단지는 전임자들이 초래한 문제인데, 원 지사가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너무나 간절한 모습을 보여 더 이상 반대하기 어렵다”며,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제주도는 19일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환영 성명을 냈다.

    제주도는 개정 법률이 난개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신규 유원지 지정을 통한 관광개발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관광지나 관광단지 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제주도는 “유원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난개발에 대한 도민의 우려를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국내외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예래단지 사업이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중단되고, 사업시행자가 3,5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 이미지 피해가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국회에서 1년 가까이 논의를 한 끝에 오늘 최종 의결됐다”며, 법안 통과의 의미를 강조했다.

    제주도는 “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나타난 도민과 환경단체, 토지주, 지역 국회의원의 염려를 깊이 유념하고 있다. 특별법이 개발사업자의 사익추구에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