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9월·대림산업 연내 출범, SH공사도 6월 설립임대주택 건설사 직접 관리보다 리츠 AMC 유리
  • ▲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부동산자산을 투자, 운용하는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리츠 AMC를 출범할 예정인 대림산업(위)와 현대산업개발 표지ⓒ뉴데일리
    ▲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부동산자산을 투자, 운용하는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리츠 AMC를 출범할 예정인 대림산업(위)와 현대산업개발 표지ⓒ뉴데일리


    건설사들이 잇따라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에 나선다. 임대주택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인정하고 진출 본격화에 나선 것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오는 6월, 현대산업개발 9월, 대림산업은 연내 리츠 AMC를 만들 계획이다.

    리츠 AMC는 자산을 임대해 수익을 얻는 구조로 부동산을 투자·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자산 소유권을 넘기는 분양과는 차이가 있다. 주로 임대주택, 수익형 임대 부동산 등에 적용된다.  

    민간 건설사인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은 리츠 AMC를 임대 사업 진출의 마중물로 삼아 사업 다각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규 분양 감소 등 주택 시장 하락에 대비해 새로운 먹거리를 임대 사업에서 찾으려는 전략이다.

    대림산업은 도화·위례 뉴스테이 공급에 이어 뉴스테이 연계 도시정비사업인 충남 천안시 원성동과 인천 청천2구역을 따내는 등 임대 사업에서 타 건설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매출액에서 주택 사업 비중이 74.2%(지난해 기준)에 달하는 현대산업개발은 일찍부터 임대 사업 진출을 검토해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은 다른 대형 건설사처럼 그룹 계열사가 아니라 오너 회사기 때문에 주도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며 "예전부터 임대 사업이 활성화된 일본 부동산시장을 공부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두 건설사는 리츠 AMC로 당장 수익을 내기보단 학습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임대 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 다이와하우스의 경우 시공과 임대를 모두 하고 있으므로 두 건설사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이 직접 자산을 관리하지 않고 리츠 AMC 설립을 택한 이유는 리스크 분산과 이자 비용 부담 감소 등 금융 쪽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주택 등 부동산사업을 진행할 때 금융 기관에 비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를 물면서 개발 자금을 조달해왔다. 즉 남의 돈으로 건물을 지은 뒤 그것을 팔거나 임대해 빚을 갚고 공사비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부동산 경기가 꺾여 미분양이나 공실 등 리스크가 커질 때 건설사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반면 리츠 AMC는 투자자를 모아 자금을 조달한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 홀로 손실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투자자에게 리스크가 분산된다. 투자자와 수익을 나눠야 하므로 건설사 몫이 줄어들 수 있지만 PF대출처럼 이자 비용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  

    심교언 교수는 "건설사가 리츠 AMC를 따로 만들지 않고 임대 사업을 할 수도 있지만 비효율적"이라며 "경영 전략 차원에서 리츠 AMC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은정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도 "임대 사업을 고려하는 건설사엔 재무제표에서 부채로 잡힐 임대보증금 등이 골칫거리"라며 "리츠 AMC가 이 부분을 맡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뉴스테이 연계 재개발 사업장인 인천 미추8구역에선 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리츠와 시공사 선정에 모두 입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급 공사에 머무르지 않고 뉴스테이 자체를 보유해 임대료 수익을 얻고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리츠가 조합에 일반 분양 물량을 사들여 뉴스테이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건설사가 리츠를 담당한다면 뉴스테이 소유자는 건설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리츠는 명목회사로 뉴스테이를 관리할 수 없으므로 실제 관리를 맡는 것이 AMC"라며 "뉴스테이에서 리츠 AMC는 임대료뿐 아니라 건물 관리비도 수익으로 얻을 수 있고 추후 건물이 매각되면 개발 이익 등을 챙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주택 가격 폭락을 경험하지 않은 국내에서 리츠 AMC 활성화가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건설사가 가진 주택 물량이 임대로 전환되면서 임대 사업이 커졌는데 국내에선 주택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교수는 "우리는 주택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어 임대 사업이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건설사들이 주택 외에도 호텔과 빌딩 등 다양한 분야의 임대 사업에 리츠 AMC를 활용하겠지만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SH공사는 내달 리츠 AMC를 설립한다. 자본금 100억원 중 SH공사가 35억1000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우리은행 △더케이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이 출자한다.

    SH공사의 리츠 AMC는 △공공임대주택 건설 △역세권 개발 △사회기반시설 조성 △도시정비사업 관리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