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부담에 가솔린차 구매 늘면 CO2 배출증가 문제 생길 것"화물트럭 등 생계형 차주 반발 예상, 물류대란 가능성도
  • 자료사진.ⓒ연합뉴스
    ▲ 자료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경유값을 올려 미세먼지를 잡겠다고 나서자, 자동차업계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미세먼지 발생 주범으로 경유차를 지목하고, 경유값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경유차 운행을 줄여 미세먼지 발생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와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안일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통해 흡연율이 줄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전자담배 사용이 크게 늘어 국민건강보다 세수확보에 그쳤다는 비난을 받았다"며 "이번 경유값 인상도 미세먼지를 줄이려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완성차 회사 관계자도 "디젤 가격을 올리면 가솔린차보다 가격이 비싼 디젤차를 선택하는 고객이 줄어들 수는 있다"며 "반대로 가솔린차 판매가 늘어나면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정부는 친환경차로 디젤차를 권장해왔다. 환경 정책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 맞춰진 탓이다. 디젤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물론 연비면에서도 가솔리차보다 우월하다.


    이에 환경부는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는 경유차에 매년 환경개선부담금 10~30만원을 유예해줬다. 심지어 저공해 차량 인증제를 실시, 일부 경유차에는 혼잡통행료 50% 감면, 수도권 공영주차장 반값 제공 등 디젤차 보급을 장려해왔다.


    그 결과 국내 경유차 점유율은 2010년 18.5% 수준에서 지난해 44.7%(한국자동차산업협회 기준)로 눈에 띄게 성장했다.


    디젤차의 인기에 힘입어 디젤엔진 개발에 힘써 온 유럽차를 중심으로 수입차 시장도 커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등록 수입차 중 디젤차량은 16만7925대로 전체의 68.8%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가솔린은 6만5722대로 1.3%포인트 줄었다. 폭스바겐, 아우디, BMW, 벤츠 등 유럽 디젤차량이 인기를 끈 결과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실제 미세먼지 발생은 세단보다 덤프트럭 등 상용차가 압도적"이라며 "대부분 생계형 차량이라 경유값을 올리면 서민경제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무래도 디젤차를 중심으로 신차를 들여온 브랜드의 경우 판매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산 완성차업계 역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디젤차 판매에 뛰어든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등 5개 완성차 회사 모두 앞다퉈 디젤 모델을 출시해 왔다.


    이처럼 디젤차 소유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경유값을 올리는 것은 단순히 유가만 오르는게 아니라 자동차업계와 서민경제를 옥죄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화물트럭 등 생계형 차주들은 유가에 민감해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과거 경유값 인상에 따른 물류비 인상으로 화물연대 등이 총파업에 나서면서 물류대란이 온 바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원인이라고 경유 가격을 갑자기 올리면 국내 산업구조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실제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될만한 정책을 시간을 갖고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