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2천 주식이 10년 뒤 126억…드러나는 주식대박 의혹재벌총수 배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이번에도 반복되나한국 아닌 일본서 상장한 아픈 전례로 증권가도 관심
  • 본래 넥슨은 게임성이나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회사는 아니었다. 

    초등학생 등 저연령층의 접근이 쉬운 캐쥬얼게임 론칭이 넥슨의 전략이었고, 이 전략이 통했다. 넥슨이 '코묻은 돈'을 모아 오늘날의 회사로 성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가 대표적 게임이다. 이 중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2003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6년 만인 2009년 누적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연간 2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NXC도 이들이 아니었으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초딩들과 더불어 PC방 업주들을 통해서도 많은 돈을 벌었다.


    넥슨은 전국 PC방들과 자사 게임에서 PC방에서만 제공되는 경험치나 아이템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시간당 250원 가량을 해당 PC방에 과금했다.


    PC방 이용자가 1시간에 1000원을 내고 게임을 하면 이중 250원은 게임사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2000년대 중반 전국 PC방 갯수가 2만여개에 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넥슨을 비롯한 게임사들은 PC방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초딩들의 게임 과몰입 문제, 일방적인 과금제에 대한 PC방 업주들과 단체의 불만이 쏟아졌지만 캐시카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타고난 운을 바탕으로 넥슨을 대기업으로 키워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 회장은 그 운을 자신의 대학 동기 동창인 진경준 검사장에게도 나눠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 다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


    업계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지난 2005년 당시 비상장이었던 넥슨의 주주로 부터 주식 1만주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넥슨으로부터 4억2500만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10년 후 진 검사장은 126억원에 1만주를 모두 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고 이 사실이 다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당시 넥슨의 주식은 철저히 폐쇄적인, '사고 싶어도 살 수 업는' 주식이었다. 넥슨 주식을 보유하던 임직원이 회사주식을 양도할 때에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법인 등기 명시가 있었고, 그래서 김 회장 역시 당시 진 검사장의 주식매입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나온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취득했던 2005년의 넥슨은 이미 매년 수백억원의 흑자를 내는 잘나가는 회사였다. 금융정보분석원 출신 검사에게 4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주면서 주식을 매입하도록 했고, 자금 출처에 대해 거짓 증언을 했는지 의문스런 부분이다.


    당시 넥슨 주식은 상장 이후 대박이 확실시 될 것으로 기대됐다는 점에서 넥슨 주식의 손쉬운 취득에 대해서도 김 회장과 진 검사장은 충분히 해명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 회장은 '배임'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 4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이자없이 빌려줬고, 큰 차익이 확실시 되는 비상장 주식을 3자가 사도록 했다. 압도적 지분을 보유했지만 회사의 재산을 임의로 굴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최근 회삿돈을 유용한 기업총수들의 배임 혐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 김 회장에 대한 사법당국의 판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증권가에서도 김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다지 곱지는 않다.


    증권업계는 한국기업 넥슨이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인 한국에서 상장하길 기대했지만 결국 일본증시 상장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큰 돈을 벌어들인 넥슨이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넥슨의 일본에서 보이는 행보가 국내 후발주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가의 충격이 컸다.


    여기에 대기업에 비해 견제나 규제없이 M&A로 몸집을 불린 이후 한국이 아닌 일본에 상장하며 기업 공개를 피해갔다는 점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11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 당시 넥슨재팬의 시가총액은 8조1700억원으로 IPO 대어였다. 주관사는 노무라증권, 골드만삭스 등 당연히 외국계증권사가 맡았다.


    당시 한국거래소의 안일한 대처가 넥슨의 상장무대를 일본에 빼앗겼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국거래소 정체를 질타하기 위해 넥슨의 일본시장 상장을 예로 들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넥슨의 일본 상장이 국내 증권가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란 점을 알 수 있다.


    사업의 성공과 증시 대박, 배임과 권력과의 유착, 그리고 세상에 대한 권력자의 시선을 한 회사의 최근 10년사에서 모두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