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경영학과' 출신 맞손, 사내 공모전 1위로 'C랩' 참가"삼성과 C랩은 '부모-자식' 관계…더 잘되라는 의미로 유학 보내준 셈"
  • ▲ 삼성전자 C랩 11호 스핀오프 '월트'를 창업한 강성지 대표(오른쪽)와 노혜강 이사(왼쪽).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삼성전자 C랩 11호 스핀오프 '월트'를 창업한 강성지 대표(오른쪽)와 노혜강 이사(왼쪽).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삼성 출신이라는 것 만으로도 다른 스타트업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 후광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달 중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올해 안에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삼성전자 사내 벤처조직 C랩 프로그램에 대해 "부모와 자식 관계다. 고생은 하겠지만 더 잘되라는 의미로 유학을 보내주신 것과 같다"며 "하드웨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삼성전자에) 입사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라 말했다. 

    2012년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을 도입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창의적 기업문화 확산과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배출하기 위한 스타트업 기업 설립 제도 'C랩 스핀오프'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 공모전을 통해 우수 아이디어를 선발 후 약 1년 간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분사시킨다.

    C랩 11호 스핀오프 웰트는 지난 1일, 4개의 스타트업과 함께 삼성전자로부터 정식 독립했다. 웰트와 함께 분사한 기업으로는 아이디어나 메모를 포스트잇으로 간단하게 출력해 주는 '아이디어 프린터', 스마트폰 잠금해제로 사진을 관리하는 앱 '락사', 미국·일본향 최적 전기요금제를 추천해 주는 지능형 서비스 '세이프 에너지 코스트', 세계 최고의 단열 효율을 가진 진공단열재 '삼성단열' 등이 있다.


  • ▲ 강성지 웰트 대표가 웰트의 주요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강성지 웰트 대표가 웰트의 주요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연세의대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을 졸업한 강성지 대표(86년생)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보다 일상 속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건강관리 헬스앱 개발에 흥미를 느꼈다. 2014년 7월까지 인턴 의사 생활을 하고 있던 강 대표는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입사해 웰트를 개발했다.

웰트는 삼성전자 사내벤처조직 C랩 소속 강성지 대표와 노혜강 이사가 개발한 '스마트 벨트'다. 당시 이들의 직급은 'CL(과장)'과 '팀원(사원)'이었다. 

강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노혜강 이사(88년생)와 함께 웰트 개발를 시작했다. 노 이사는 인문계 출신을 개발자로 양성하는 삼성전자의 SCSA(Samsung Convergence SW Academy) 프로그램을 통해 엔지니어가 됐다. 강 대표와 노 이사는 C랩에 참가하기 전까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웰트는 벨트에 내장된 센서를 이용해 사용자의 허리둘레, 식습관, 운동량, 과식 여부, 앉은 시간 등을 감지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비만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 이사는 웰트에 대해 "새로운 기기를 개발해 사용자에게 착용시키기 보단 항상 착용하고 있는 물건을 찾다가 벨트를 발견하게 됐다"며 "벨트는 몸의 중심에 위치해 몸의 말단에 있는 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보다 더 정확한 신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노혜강 웰트 이사가 웰트가 벨트 형태로 제작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노혜강 웰트 이사가 웰트가 벨트 형태로 제작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강 대표와 노 이사는 C랩 스핀오프 제도에 웰트를 출품하며 스타트업 창업의 꿈을 키웠다. 

    강 대표는 "공모를 할 때만 해도 (웰트는)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했다.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하고 센싱해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공모에 합격하며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아이디어 구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으며 웰트는 하루가 빠르게 발전해갔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C랩 공모를 통해 선발된 인원들에게 기존 업무와 완전히 분리된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아이디어 구현에 필요한 인원과 예산을 직접 집행할 수 있어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다.

    이에 대해 노 이사는 "탤런트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각 부서에 있는 내부 개발자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며 "다양한 결정 권한 가운데 예산과 인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매력 이었다"고 귀뜸했다.


  • ▲ 노혜강 웰트 이사가 다양한 디자인의 웰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웰트는 캐쥬얼에서부터 정장까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노혜강 웰트 이사가 다양한 디자인의 웰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웰트는 캐쥬얼에서부터 정장까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멘토들의 인큐베이션이 거듭되며 손바닥 만하던 웰트는 일반 벨트 크기로 작아졌다. 멘토들의 풍부한 하드웨어 개발 경험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강 대표는 "소프트웨어 천재는 있지만 하드웨어 천재는 없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있어도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드웨어 개발에는 그만큼 기술적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다"라며 "전세계에서 하드웨어를 가장 잘 만드는 삼성에서 하드웨어를 개발한 것 자체가 가장 큰 자양분이었다"고 말했다.

    노 이사 역시 "수 많은 해외 바이어들이 어떻게 이렇게 작은 크기에 모든 기능들을 탑재할 수 있는지 놀라워한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협력 업체에서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모든 도움들이 웰트에 녹아있다"고 자부했다.

    웰트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과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박 대통령과 프랑수아 프랑스 대통령이 합의한 양국 5대 스타트업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 강 대표와 노 이사는 작은 가방에 웰트를 넣어 들고다니며 제품에 대한 특장점을 직접 설명한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강 대표와 노 이사는 작은 가방에 웰트를 넣어 들고다니며 제품에 대한 특장점을 직접 설명한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웰트는 올해 제품 출시를 목표로 양산 개발을 위한 설계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강 대표는 "올해 말 정도면 제품을 구입해서 실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말 연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 국내 모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협의 중에 있다"며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삼성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 다른 회사에는 없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웰트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했다. 노 이사는 "가볍게는 벨트를 푼 시간을 체크해 화장실 습관을 확인하거나, 벨트에 충격 및 동작 감지센서를 내장해 어르신들의 낙상사고나 간질 환자에 대응하는 기술도 개발 중에 있다"며 "보통 주중 낮에 주로 착용하는 벨트의 특성상 야간과 주말 신체 정보 취득에 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스마트 디바이스와의 연계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수여한 C랩 스핀오프 인증서와 웰트 광고물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수여한 C랩 스핀오프 인증서와 웰트 광고물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