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점·환경 열악... 수당 月 3만~6만이 고작
  • ▲ '섬마을 여교사' 사건 피의자 3명이 지난 10일 전남 목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 '섬마을 여교사' 사건 피의자 3명이 지난 10일 전남 목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교원의 도서벽지 근무 기피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승진 가산점 축소, 열악한 근무 환경, 업무 부담 가중 등 도서벽지 근무는 그동안 교사의 열정과 헌신을 강요됐고 이번 사건으로 안전성 문제가 드러나면서 정밀한 조사와 명확한 인센티브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도서벽지 학교 수는 706개교, 근무 교원 수는 6556명으로 이중 여성 교원 3000명, 전체 여교사 중 37.4%(1121명)는 홀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낙도, 오지 근무에 대한 어려움 속에서 지난달 21일 전남 신안군의 한 초등학교 관사에서 20대 여교사 A씨를 상대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당시 학부형, 주민 등 3명은 술에 취한 A씨를 성폭행, 당시 관사에는 폐쇄회로(CC)TV 등은 없었고 관할 교육청은 사건 발생 2주가 지나서야 교육부에 보고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박모씨(49), 이모씨(34), 김모씨(38)를 검찰에 송치했다.

    교사의 도서벽지 근무는 승진 가산점 부여 외에 도시 지역 학교만큼 인력이 없어 업무량이 많고 학부모 간 유대감 형성 등 그만큼 부담이 있어 왔다. 교원 안전시스템은 이번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수습하는 모습이다.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가 2014년 전국 8학급 이하 학교에 근무 중인 교원 14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수업 외 업무량이 '많다' '아주 많다'는 응답이 87.3%를 차지했다.

    교과 지도 활동에서 교원 수 부족(28.9%), 교육시설 부족(27%), 교육과정 부재(23.1%) 등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고 전체 응답자 중 40.6%는 소규모 학교 지원을 위해서 학교 시설 등 환경 개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8.4%를 차지하면서 교육당국의 무관심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교사는 열정과 헌신, 학생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도서벽지 근무는 헌신만 강요하고 있어 교육부와 교육청은 근무 환경, 안전도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직 교사 중 매년 수백명이 임용시험에 다시 응시한다. 열악한 교육환경 등 농산어촌 교사가 재응시에 나선 이들이라 추측되고 있다. 도서벽지 교육진행법에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 있는 데 관사, 수당, 가산점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인센티브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사가 제공되더라도 30~40년이 지난 노후건물에 생활해야하며 수당도 월 3만~6만원으로 적고 승진 가산점의 경우 지역별로 편차가 있어 도서벽지 근무 기피현상에 대한 보완 마련을 매번 촉구되어 왔다.

    하지만 도서벽지 근무에 대한 혜택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렀고 이번 사건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도서벽지 관사 시설 등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고 인정한 교육부는 CCTV, 방범창, 비상벨 설치 등 안전시스템을 구축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준비 단계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책 마련을 위해 협의 중이고 전체적인 지역 근무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거 같다. 구체적인 발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마련되는 대책이 땜질 처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직 교사인 B씨는 "이번 사건 가해자들에 대해 교사들이 욕을 많이 하고 있다. 교육부가 안전 부분을 챙긴다고 하는데 명확하게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C교사는 "승진 가산점의 경우 지역별로 틀리고 시스템도 다르다. 험한 산악 지형이나 섬의 경우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한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교사를 상대로 벌어진 것에 도서벽지 근무에 대한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으로 도서벽지 근무 여건 및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교육 소외 지역의 교육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김 대변인은 "교사 성비, 근무 환경, 고른 연령 분포 등 국가적 고민이 필요하다. 도서지역에 교원이 부재한 경우 낮은 연차, 기간제 교사가 채워지는 부분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덕호 상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녀 교육, 문화 생활 등으로 남녀 교원은 도시지역을 선호해왔다. 이번 사건으로 여교사들은 도서벽지, 낙도, 오지 근무를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실태조사 외에 실제 현장 교원에 대한 전면적인 심층조사가 필요하다. 교원 승진, 가산점 구조, 지리적 환경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