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지업체들이 재료 구매와 상품 판매 등에서 담합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공정위가 제조업체 담합 증거로 제시한 자료 중 일부ⓒ공정위
    ▲ 제지업체들이 재료 구매와 상품 판매 등에서 담합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공정위가 제조업체 담합 증거로 제시한 자료 중 일부ⓒ공정위


    수요자의 가격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택배 상자와 신문 용지 등을 취급하는 제지업계에서 만성적인 담합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태림포장과 아세아제지 등 42개에 달하는 제지업체들이 폐지 구매와 골판지 상자 판매 등의 가격을 수년간 담합해왔다고 밝혔다. 관련 과징금 액수만 1039억여원에 이른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 업체들은 골판지와 인쇄·신문 등의 폐지 구매가와 원단(폐지에서 생산된 원지를 합친 골판지)·상자 등의 판매가를 수년간 전방위적으로 짬짜미했다.

    더불어 이번 담합의 특징은 제지업계에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업체들이 대거 가담한 것이다.  

    실제로 △태림포장계열(태림페이퍼 등 7개사) △아세아제지계열(아세아제지 등 5개사) △삼보판지계열(고려제지 등 6개사) △신대양제지계열(신대양제지 등 6개사) △한솔계열(한솔제지 등 2개사) △한국수출포장공업 등 18개사 등 담합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공정별로 45%에서 최대 90%에 이른다. 

    이 중 태림포장은 골판지 원단과 상자 판매 담합으로 12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돼 42개 업체 중 1위였다. 골판지 폐지 구매 담합 과징금은 신대양제지와 아세아제지가 72억원과 70억원을 물게 됐다. 인쇄·신문 폐지 판매 담합 과징금은 한솔제지와 깨끗한나라가 4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정영태 공정위 카르텔조사과 사무관은 "제지업계의 모든 업체가 담합한 것은 아니지만 규모가 큰 업체들의 짬짜미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며 "과징금 액수가 많은 업체는 담합 행위로 인한 매출이 많았으며 담합을 주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각 공정에서 업체들의 담합 행위를 살펴보면 아세아제지와 신대양제지 등 18개 회사는 2010년 4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폐지 구매가를 ㎏당 10~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 수도권 업체가 계열사를 통해 지방에 모임 결과를 공유할 정도로 치밀하게 담합이 이뤄졌다. 과징금 규모는 378억원이다.

    태림포장 등 18개사는 2007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원지가격과 가공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원단 판매가를 10~25% 인상했다. 과징금 규모는 411억원이다.

    삼보판지 등 16개사는 CJ 제일제당 등 수요처에 상자를 납품할 때 가격의 인상률과 인상 시기를 담합해 판매가를 4~26% 올렸다. 과징금 규모는 56억원이다.

    한솔제지 등 8개 업체는 2008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18차례에 걸쳐 폐지 구매가격을 ㎏당 10~50원 인하했다. 과징금 규모는 193억원이다.

    김성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원재료 구매와 제조·판매 등 전 과정의 담합을 바로잡은 만큼 제지업이 경쟁 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제지와 신대양제지 등 12개 업체는 지난 3월에도 골판지 원지의 판매가를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1108억원을 부과받았었다. 이번 담합 과징금과 더하면 올해 제지업계에 부과된 공정위의 과징금은 2148억원에 달하며 담합 업체도 45개로 늘어난다.

  • ▲ 김성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이 제지업계 담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 김성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이 제지업계 담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다음은 김성환 국장과 기자들의 주요 질의응답이다.

    △공정위 조사기간이 언제부터인가?

    -최초 조사시점은 골판지 원지 판매 담합을 조사한 2012년 3월부터다. 폐지 판매와 원단 구매, 상자 구매 등의 조사시점이 모두 다르다. 원지 판매 담합 조사 이후 다른 공정까지 연이어 조사했다.

    △소비자 피해 규모를 책정할 수 있나?

    -담합 입증까진 조사됐지만 소비자 피해에 대한 계량조사는 시행하지 못했다. 

    △이번 담합 적발로 골판지 상자 등 가격 인하 가능성 있나?

    -골판지 가격은 국제가격과 연동돼 있다. 시장에서 가격 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순 있지만 담합을 밝혀냈다고 가격이 내려가진 않을 것이다.

    △폐지 구매 담합의 요인은?

    -제지사들의 담합 배경도 중국 종이수요 증가 때문에 국내 종이가격이 오르면서 원가 절감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추후 과징금 변화 가능성 있나?

    -현재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매출액이 잠정 집계다. 정확한 매출액이 산출되면 과징금이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