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 '막내', 투자에서는 형님들 못지 않은 과감성"'BCC-PX센터' 이어 2018년까지 'PO' 등 다운스트림 5조 투입
  • ▲ 에쓰-오일 공장 전경.ⓒ에쓰-오일
    ▲ 에쓰-오일 공장 전경.ⓒ에쓰-오일


    1976년 원유(crude oil) 정제 사업에 뛰어든 에쓰-오일(S-OIL)은 국내 정유 업계에서 나이로는 제일 막내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형님들 못지않은 과감성을 자랑한다.  

28일 창업 40주년을 맞이한 에쓰-오일은 SK이노베이션(1962년), 현대오일뱅크(1964년), GS칼텍스(1967년) 등 국내 정유사들과 평균 12년 정도 늦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portfolio)에서는 그 어떤 기업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두 차례의 대규모 투자를 모두 성공하고 또 다시 투자에 돌입한 에쓰-오일의 한 관계자는 "다른 회사 보다 늦게 출발했기에 투자에 과감할 수 있다"고 그 비결을 설명했다.

에쓰-오일이 형님들을 위협했던 투자는 중질유 분해시설이었다. 한 차례 정제를 통해 생산된 석유제품 중 탄소 함유량이 높은 저급 제품을 다시 정제해 수소 함량이 높은 고급 제품으로 만드는 중질유 분해시설은 정유업계가 1990년대 경쟁적으로 투자하던 분야였고 에쓰-오일은 당시 가장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원유부터 석유제품까지 모두는 탄소와 수소로 구성돼 있다. 탄소 보다는 수소 함량이 높아야 고급 에너지로 분류된다. 탄소가 적게 들어있는 고급 석유제품을 '경질유', 탄소가 많이 포함된 석유제품은 무거운 기름이라는 의미로 '중질유'라고 부른다.

원유 정제하면 상품성이 있는 나프타(naphtha·21%), 휘발유(gasoline·14%), 경유(diesel·30%) 등을 65% 정도 얻을 수 있지만 나머지 35% 정도는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중질유다. 이는 정유사에게 중질유를 다시 한 번 정제해 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가 필요한 이유다.

에쓰-오일은 1990년 중질유 분해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1조원 투자를 결정했고 1997년 중질유에서 경질유를 만들어내는 설비를 완성했다. 시설은 하루 15만 배럴의 중질유를 정제할 수 있는 규모였고 이는 당시 업계에서 가장 큰 설비였다.

에쓰-오일은 중질유 분해시설을 통해 당시 하루에 정제하던 44만 배럴의 원유에서 생산되던 저급 중질유 전량을 다시 정제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중질유 분해설비에 투자한 SK이노베이션은 하루 3만 배럴의 중질유를 분해할 수 있는 시설을 GS칼텍스도 하루 7만 배럴의 중질유를 분해할 수 있는 설비를 선택했다.

하루 15만 배럴의 중질유를 분해할 수 있는 시설에 투자한 에쓰-오일은 당시 업계의 맏형인 SK이노베이션 보다 5배, 과거부터 현재까지 에쓰-오일의 최대 라이벌(rival)로 손꼽히는 GS칼텍스 보다 2배 이상 큰 투자를 한 것이다.

당시 업계는 에쓰-오일의 투자가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예상했지만 현재 정유사 중 중질유 분해시설에 투자하지 않는 업체가 없는 상황이기에 일찌감치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한 에쓰-오일이 현재 가장 여유있는 상황이다. 

에쓰-오일의 과감성은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던 시기에도 빛을 발했다. 에쓰-오일이 파라자일렌(para-xylene) 생산을 2008년부터 확대하기 시작해 연산 180만t이라는 대규모 증설을 마무리한 2011년부터 호황을 맞이한 시장 상황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파라자일렌은 합성섬유, 플라스틱 병 등을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석유화학제품인 TPA(terephthalic acid)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초 원료다. 2010년 7월 t당 874달러였던 파라자일렌 가격은 2011년 3월 t당 1698달러까지 오르며 2014년까지 1400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1조 이상 투입한 에쓰-오일의 파라자일렌 증산은 시황의 영향으로 성공으로 이어졌다. 2011년 석유화학 분야 영업이익이 641억원이었는데 2013년에는 무려 82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재 파라자일렌은 TPA의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파라자일렌 불황에 또 다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내년까지 2년간 3600억원을 파라자일렌 생산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석유화학은 사이클(cycle) 사업이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석유화학 업계에서 잘 나가는 기업은 호황에 번 돈을 불황에 투자해 다시 호황을 기다리는 회사다. 현재 에쓰-오일은 파라자일렌 분야를 리드(lead)하는 업체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40주년을 맞이한 에쓰-오일은 만족을 모른다. 현재도 중질유 분해시설을 2018년까지 확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석유화학제품인 프로필렌(propylene)을 활용한 제품 생산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에쓰-오일의 투자는 이제 시작이다. 앞서 두 차례의 성공적인 투자가 모두 1조원 단위였다면 현재 진행중인 투자는 앞선 투자들의 합 보다 더 많은 5조원에 육박한다.

정유와 석유화학 분야에 모두 투자하는 이번 프로젝트(project)의 결과물은 2018년 업계에 모습을 드러낸다.

두 번의 과감한 투자가 성공적인 결과로 돌아오면서 이번 대형 프로젝트도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 지배적이다. 억척스러운 투자로 달려온 에쓰-오일 40년 여정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