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대형 철강사 중심 인수합병 논의
  • 세계 철강업계는 대형 철강사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 초 일본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중국, 유럽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인수합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자가 2012년 철강업계를 취재할 때의 일이다. 당시 철강업 사정에 익숙한 한 애널리스트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그는 "앞으로 경쟁력이 없는 철강사는 도태할 것이고 대형 철강사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이 나타날 것이다"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세계 철강업계에 부는 인수합병 바람을 보면서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 왜 이제서야 다들 인수합병에 적극적일까? 철강업계는 공급과잉 업종이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들이 나타나는 것일까?

     

    공급과잉은 기자가 처음 철강업계를 출입하면서부터 늘 지적돼 왔던 문제다. 그럼에도 지금에서야 인수합병이 활발히 진행된다는 건 그간 각 철강사들이 쌓아왔던 어려움들이 한번에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발 저가 철강재에 세계 주요 철강사들이 더 이상 대응하기 힘들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본이 2012년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을 합병하며 세계 2위 철강사인 신일본제철주금을 만든 것은 이러한 결과를 미리 예측한 것일지도 모른다.

     

    수요 침체가 지속되고 공급과잉은 해결되지 않다보니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대형 철강사를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일본은 지난 2012년 세계 2위 철강사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 자리도 머지않아 중국에게 뺏길 모양새다. 중국이 국내 조강생산 2위인 바오산강철과 6위인 우한강철 합병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계 철강업계는 인수합병으로 대형 철강사를 탄생시킴으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철강사들은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인 동부제철을 두고도 자신들의 사업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수를 꺼리고 있다.

     

    업황이 어렵다 보니 인수를 꺼린다는 것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만약 동부제철 설비나 회사 전체가 중국 혹은 우리의 경쟁상대인 다른 나라에 넘어간다면 그 파장은 어떠할까.

     

    여기에 대해 철강업계에 종사하는 관계자라면 다들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내 한 전문가는 동부제철이 중국 자본에 의해 넘어간다면 메이드 인 차이나를 꺼려하는 국내 혹은 중국 수요가에게 좋은 공급처가 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즉, 국내에서 생산했기 때문에 메이드 인 코리아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혹은 다른 나라의 업체에서 만든 것이라는 논리다.

     

    다행이도 동부제철 실적이 개선되면서 인수합병은 시간을 더 두고 봐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국 자본 개입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동부제철 건만 보더라도 세계 철강업계의 M&A 추세에 국내 철강업계가 더 이상 인수합병을 미룰 수 없는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