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 올 일본 수출량, 2011년 대비 '8배' 이상 줄어원료인 원유 대비 배럴당 10달러 싸게 거래…"추가 하락시 마진 확보 비상"
  • ▲ 해상유전 자료사진.ⓒ한국석유공사
    ▲ 해상유전 자료사진.ⓒ한국석유공사


    아시아 석유제품 시장에서 중유(벙커C유)의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유사들이 손익분기점까지 떨어진 정제마진의 추가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중유를 전력 생산용으로 사용하던 일본이 최근 원자력 발전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 되면서 중유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일본이 원전 사고를 겪은 2011년, 중유 발전 비중이 높아져 아시아 석유제품 시장에서 중유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국내 정유사들 역시 일본에 중유 수출량을 늘렸다. 당시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한 중유 중 24%가 일본으로 갔을 정도다.

    하지만 일본은 최근 가장 저렴한 전기 생산 방식인 원자력 발전소 운영을 서서히 재검토하고 있다. 또 최근 확장공사를 마친 파나마 운하를 통해 미국에서 저렴한 세일가스 수입 비중을 늘리고 있는 등 중유 발전 비중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원자력에 비해 10배 정도 비싸고 석탄에 비하면 3배 정도, 세일가스 보다도 2배 정도 비싼 중유 발전이 경제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0년 원전 비중이 28.6%에 달했던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률을 1% 이하로 유지하며 부족한 발전량을 중유 발전을 통해 공급해 왔지만, 최근들어 원전 비중을 20~22% 정도로 높이는 방안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런 일본의 분위기는 국내 정유사가 지난해 일본에 수출한 중유의 양을 살펴봐도 확인이 가능하다.

    올들어 일본 중유수출량은 지난 2011년 대비 8배 이상 줄어 들었다. 아시아 석유시장을 중심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중유는 원료인 원유(crude oil) 보다 배럴당 10달러 정도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사용량 감소는 추가 가격 하락을 예고 하고 있으며, 원유와의 가격 차이도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 1월 배럴당 10.2달러 수준을 보였던 정제마진은 2월 6.9달러, 4월 5.6달러, 6월 4.6달러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보다 더 싼 중유를 재처리해 휘발유와 경유를 뽑아내는 고도화 설비에 꾸준히 투자해 오는 등 원유 정제시 40% 정도의 비율로 병산되는 중유를 가치있는 상품으로 바꿀 수 있어 중유가격 폭락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블랙홀로 불렸던 중국이 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에 나서는 등 시장은 이미 공급과잉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수출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국내 중유재고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남는 중유를 고도화 설비를 통해 휘발유, 등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전환 생산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공급과잉 상황에서 마냥 고도화설비 가동률만 높일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