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타령에 학생들만 피해
  • ▲ 초·중·고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 이상 납 성분이 검출됐지만 교육부 등은 예산을 이유로 방학기간 교체는 어렵다는 입장만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초·중·고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 이상 납 성분이 검출됐지만 교육부 등은 예산을 이유로 방학기간 교체는 어렵다는 입장만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초·중·고교 운동장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 가운데 60%가 넘은 시설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되면서 '중금속 우레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전국 대부분 학교가 여름방학에 돌입하면서 중금속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에 대한 교체에 적기라고 판단되고 있지만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 문제로 난색을 보이는 상태다.

    일선 교육청의 학교 석면 제거 사업도 진척이 없기는 매 한가지다.

    26일 교육부가 국회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레탄 트랙·운동장이 설치된 전국 2763개 학교 중 1767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 성분이 검출됐고, 이 중 15곳은 100배 이상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레탄 트랙 등이 설치된 학교 5곳 중 3곳 이상이 한국산업표준 기준치 90mg/kg이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체육 활동 등에 사용되는 우레탄 트랙·운동장은 학생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에 중금속 중독 우려를 낳고 있다.

    인체에 납이 호흡 등을 통해 흡수되면 장기, 뼈 등에 저장되고 농도에 따라 초기에는 식욕부진, 변비 등 증상을 보이다가 심각할 경우 신경계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중금속 우레탄' 교체는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초·중·고교 여름방학과 관련해 학내 학생 활동이 없다는 부분에서 납 범벅 우레탄 교체 적기로 판단되고 있다.

    중금속 우레탄 교체 비용으로 교육부는 약 1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 관계자는 "납 성분이 검출된 우레탄 교체는 예산 문제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문제가 된 우레탄 제거 등에 대한 비용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절반씩 부담하자고 했었다. 하지만 문체부는 예산을 부족으로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국고 지원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교육청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교육부와 문체부는 당시 문화예술·체육교육 진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통해 인조잔디, 우레탄 다목적 구장 등 다양한 형태의 운동장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체육시설을 확장했다.

    반면 인조잔디에 대한 유해성 기준을 정했을 뿐 우레탄 트랙 등에 대한 부분은 제외됐고 결국 '중금속 우레탄' 사태로 이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트랙 부분에 대한 우려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았다. 인조잔디의 경우 실질적으로 신체 접촉이 있다. 우레탄은 유해물질이 있다는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조사해보니 기준치를 초과한 곳이 많아서 이번에 전수조사를 한 것이다"고 말했다.

    전면 교체 등에 대해선 "늦어질 거 같다. 예상보다 물량이 많다. 인조잔디 운동장 유해물질 검출 논란 당시에는 전체의 10%였지만 우레탄 문제는 60%가량 나와서 예상치를 초과했다"며 사실상 방학기간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교육부는 우레탄 교체와 관련해 추가경정 예산으로 1600억원 중 절반가량만 신청, 이 역시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우레탄 시설 교체는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 학생 피해만 커질 것이라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유성엽 위원장은 우려했다.

    트랙 외에도 우레탄이 깔린 농구장 등 시설에 대한 유해성분 조사도 이제서야 시작되면서 결과에 따라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접근 차단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개학 이후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경남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는 "기준치가 넘는 우레탄 트랙에 학생들이 접근하지 말라고 했지만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아이들이 공을 줍기 위해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직접적 차단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우레탄 트랙도 문제지만, 농구장도 문제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 운동 권리가 박탈된다. 유해성 우려에 접근 차단은 임시 방편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이 포함된 학교 건축자재 제거사업도 더딘 상태다. 화장실, 천장 등 학교 일부 공간만 제거되는 등 시·도교육청은 예산을 이유로 사실상 '석면 학교'를 방치한 상태다.

    결국 중금속 우레탄, 석면 등 유해물질 제거는 모두 예산으로 인해 발목이 잡혔고 애꿏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는 상황에 놓였다.

    김 대변인은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유해성 부분이 드러나면 교체 등으로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막대한 예산 투입은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 시설이 들어선 뒤 문제는 더 커지게 된다. 검증 책임에 대해 교육청,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연계해 접합성 여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