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 공급과잉 현황 파악부터 시작될 것"하반기, 브렉시트·무역 규제 등 대외적 악재 우려
  • ▲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원장ⓒ뉴데일리
    ▲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원장ⓒ뉴데일리

    향후 진행될 철강 구조조정에서 전문화와 분업화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원장은 26일 기자와 만나 "철강 구조조정 시작 자체는 품목별 공급과잉 현황 파악이 될 것이며 가장 공급과잉이 심한 품목부터 지침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서 "공급과잉은 품목별 구조조정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참조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품목별 공급과잉 현황은 정확한 수치로 나오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대해 논의하기가 쉽다는게 손 원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화, 분업화에 대한 내용은 큰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손 원장은 "전문화, 분업화도 분명히 들어가 있을거 같다"면서 "이거는 공급과잉 같이 수치로 나올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니까 이슈가 될거 같다"고 말했다.

     

    전문화, 분업화는 특정 철강사에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품목을 밀어준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BCG보고서에서는 현대제철이 자동차강판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자동차강판은 전문화를 위해 현대제철에 맡기고 나머지 형강, 철근은 다른 철강사들이 가져간다. 이 상황에서 이윤이 나고 있는 형강, 철근사업을 현대제철이 쉽게 떼어줄 수 있겠냐는 논리다. 설령 떼어준다 하더라도 다른걸 받아야 되는데 그걸 협상하기가 쉽지 않다는게 손 원장의 설명이다.

     

    손 원장은 "철강은 사실 자구노력을 했다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자구노력은 개별기업들이 앞서 움직였다는 것인데 '이걸로 다 해결되는 문제냐'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즉,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수합병같은 강력한 구조조정은 없었다는 얘기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5개 철강사가 불황을 거치면서 3개로 줄었다. 이게 또 2개로 줄어든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올해 초 신일본제철주금이 닛신제강을 합병한데 이어 고베제강까지 합병한다는 것이다.

     

    손 원장은 "일본은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얻기 위해 업체를 줄여나갔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문화 부문을 고로에 적용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기로는 사실 가능하다. 전기로나 단압밀은 전문화나 분업화에 대한 얘기를 해도 고로보다는 움직임이 무겁지 않아 조정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한국철강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진행한 철강 구조조정 결과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BCG는 지난 21일 개최된 민간협의회에서 주요 철강사 임원들에게 보고서 결과에 대해 중간 보고를 했다. 이에 민간협의회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 보완작업을 요구했다. 현재는 최종 검토 단계에 들어가 있다. 최종 결과는 8월 중순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8월 중순에 나오는 BCG 최종 결과가 한국 시장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내린 결론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 업계에서도 외국계 기업에 컨설팅을 맡긴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은 바 있다. 1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진행하는 컨설팅이 국내 시장에 맡지 않을 경우 백지화 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손 원장은 "BCG의 능력을 얘기하고 있는게 아니고 그 사람들이 한국적인 상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가 우려스럽다"며 "한국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실현 불가능한 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무역 규제, 브렉시트 등 대외적 악재가 잔존하는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손 원장은 "상반기 철강사들 실적이 괜찮았다고 하는데 이게 우리가 잘해서 된게 아니다"면서 "중국 가격이 올라서 반사이익을 본 것인데, 이걸 가지고 하반기에도 좋을 것이다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면 낭패 보기 쉽상"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거세지는 무역 규제는 국내 철강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세계 각 국가들이 철강 수입에 문을 걸어잠그는데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손 원장은 "현재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막무가내식으로 철강 수입 규제를 밀어부치고 있다. 하나를 트집 잡고 들어오면 우리로서는 손 쓸 도리가 없다"면서 "무역 규제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하반기 전망을 밝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