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당국·여론, 법적·상식적 잣대로 사건의 '뿌리와 잎사귀' 제대로 봐야
  • ▲ 이건희 회장. ⓒ삼성그룹.
    ▲ 이건희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둘러싼 '성매매 의혹 동영상' 파문을 놓고 법적으로 정리해보자.

    먼저 사실 관계는 이렇다. 베일에 가려진 주모자 A씨는 삼성그룹에 돈을 뜯을 목적으로 술집 여종업원들을 끌어모았다.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사람들을 포섭한 것이다.

    이후 '중간 다리' 역할의 관리자를 통해 이들 여성을 이건회 회장의 집과 사무실 등에 잠입시킨 뒤 동영상을 찍게 했다.

    그런 다음 이 동영상을 무기로 삼성그룹 측에 협박을 가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동영상을 팔려는 시도도 수차례 벌였다.

    사적·공적인 장소에 잠입해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미끼로 협박, 금품을 갈취하려 한 셈이다. 그것도 모자라 문제의 영상을 내다 팔려고도 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은 현재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서 법적·상식적 잣대를 들이대 보자. 과연 누가 더 비판을 받아야 할까? 당연히 주모자 A씨다.

    A씨의 행위는 공갈 미수죄에 해당한다.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얻어맞아야 할 만큼 큰 죄로 분류된다.

    이와 달라 성매매는 관련 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를 부과받는다.

    성매매를 경험한 적이 있는 대한민국 남성 숫자는 적게 잡아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성매매 사이트를 운영해 온 한 일당이 쥐고 있던 성 매수 전력자 규모가 53만명에 이른다.

    일개 일당이 이 정도 명단을 쥐고 있다면, 범위를 대한민국 전체로 넓힐 경우, 성 매수 전력자 수가 몇 백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찌 됐든 두 범죄의 경중을 따진다면 A씨의 죄질이 나쁘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나아가 A씨로부터 불순한 의도로 동영상을 매입한 사람 역시 성매매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질렀다.

    실제 동영상을 매매하려 했던 인물은 삼성그룹과 CJ그룹, 한겨레신문 등에 동영상 제공 대가로 수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묵살은 당했지만 결코 죄가 가볍지 않다. A씨의 배후로 의심되는 인물들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동영상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뉴스타파는 설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이 매체 또한 대가성 없이 파일을 넘겨받았을 거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여론의 칼날은 이건희 회장에게만 지나치게 쏠려있다.

    물론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 세계적 기업 삼성의 수장이 불편한 보도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비난이나 의혹 제기는 곤란하다.

    병상에 누워 있는 한 개인을 놓고 몇 달 전 일도 아니고 십여년 전 사건까지 들춰내며, 경찰과 검찰이 모두 달라붙어 수사하는 모습을 외국에서 본다면 '난센스'라고 평가할 게 뻔하다.

    이 사안의 실체는 분명 성매매 의심을 받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한 협박과 공갈이다. 이건희 회장이라고 해서 본말전도(本末顚倒)식 여론몰이나 검찰 수사가 이뤄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