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기술과 품질 혁신' …조선·해양산업의 나아갈 길

뉴데일리경제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6.08.01 15: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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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서 다루는 조선 및 해양플랜트산업에 대한 보도는 대부분 이제 조선·해양산업을 정리할 때가 된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조선·해양 사상 최대 적자규모', '조선 하청노동자 수만 명, 어떤 길 택할 것인가'와 같은 제하의 기사도 보이고, ''조선업 불황' 세계 조선소 27곳만 상반기 수주…"하반기도 불안"'처럼 조선·해양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라는 기사도 보인다. 조선·해양산업과 관련해 진실은 무엇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조선산업과 해양산업의 특성

논의를 정확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각 산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조선산업은 선박을 건조하는 산업이다. 선박의 목적은 해상화물운송이며 설계목표는 선박의 화물운송량, 속도, 안전성, 경제성을 최적화하는 데 있다. 국내 조선산업은 1970년대 노동생산성을 앞세워 건조 중심으로 출발했다. 1980년대 들어 설계분야의 자립을 시도하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 시점에야 비로소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게 됐다. 핵심기술 확보와 더불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비한 결과 세계 최고수준의 조선소가 모두 한국에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조선산업은 해상물동량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높낮이가 큰 사이클을 타게 된다. 발전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채 갖추기 전에 사이클의 낮은 부분에 직면하게 되면 조선소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이게 된다. 위기탈출 방법으로는 기술과 품질혁신이 가장 중요하다. 조선소는 수주물량의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
한편 해양플랜트산업(또는 해양산업)은 해양플랜트 또는 해양구조물을 설계·건조·설치·운영하는 부분을 포괄하는 산업이다. 겉보기에 선박처럼 보이는 해양플랜트 구조물도 있지만, 선박과 가장 크게 차이 나는 부분은 첫째, 선체의 아래로 해저에 설치된 석유가스를 생산하고 처리하는 설비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둘째, 선체의 상부 구조물이 석유가스의 정제와 처리 등의 복잡하고 정교한 플랜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셋째, 구조물 전체를 파도와 조류, 바람 등에 의해 밀려가지 않도록 하는 계류 및 위치유지시스템의 역할이다. 해양플랜트 구조물은 특정 조건의 해역에 설치되므로 해역별·유정별 특성을 고려해 설계·건조된다. 같은 크기의 초대형유조선과 부유식생산저장하역설비(FPSO; Floating Production, Storage & Off-loading Unit)의 설계와 생산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수십 배의 차이가 날 만큼 선박과 해양플랜트 구조물은 복잡성과 기술의 난이도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국내 업체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기술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유가의 폭락은 환경적 요인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해 대비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 해양플랜트산업은 조선산업의 발전과정에서 해양플랜트 선체구조물의 건조영역 진입이 1990년 중반 이후 처음 시도됐고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더불어 동 시기부터 해양플랜트 기자재 부문과 설계 부분에 대한 진입 노력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국내 조선소 역할은 건조영역에 국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설계기술 측면에서 해양플랜트 부문이 복잡성과 기술의 난이도 측면에서 조선 부문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온전하게 해양플랜트 이슈의 본질에 다가가려면 육상플랜트와 해양플랜트의 특성 비교가 필요하다. 먼저 육상플랜트의 발주처는 소수 민간 발주자 중심이다. 해양플랜트는 오일메이져와 국영석유회사이다. 발주방식은 각각 EPC(설계+조달+건조) 턴키방식과 EPC에 설치와 시험 운전까지 결합한 EPCIC발주방식을 선호한다. 환경하중은 육상과 달리 해상은 바닷물의 조건과 움직임에 기인한 하중 즉, 염분·수심·파도·조류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해역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해양플랜트의 경우 육상플랜트보다 표준화가 불가능하거나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육상의 경우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이 적지만, 해상은 상당한 수준의 비용이 요구된다.
본 논의에서 조선과 해양을 하나로 묶어서 공유하고 싶은 의견은 조선 부문과 해양 부문의 연계성과 상호보완적인 측면 때문이다. 우선 기술적으로 해양플랜트 구조물의 선체구조물은 조선소에서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상선 분야의 퇴조에도 국내 조선소가 고공행진을 펼친 것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약진에 기인한 것과 같이 조선과 해양부문의 사이클이 기본적으로 위상차이가 존재해 동시에 운영하게 되면 사업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해양산업의 대규모 적자 원인 분석

최근 조선·해양산업의 대규모 적자원인을 분석하려면 우선 조선 부문과 해양 부문을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조선 부문은 중국의 급부상과 선박의 공급 과다가 가장 큰 원인이다. 국내업체의 경쟁국에 대한 대응전략이 미진했던 점도 부가적인 원인으로 평가된다. 조선 부문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은 사실상 전문가집단의 동의가 쉬운 편이므로 여기에서는 더 논의하지 않는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첫째, 적정수준의 설계기술 확보 없이 건조영역에 지나치게 편중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설계기술 역량이 부족해 원가를 정확하게 산출하지 못했고, 해역조건에 따른 설계규정 적용과 각종 설계변경 사안에 대한 대응 미숙으로 계약 기간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또한, 국내 업체는 해양플랜트 선체구조물의 건조 부문에서 70~80%수준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나, 설치·운영 등 다양한 분야의 시장진출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건조 영역이 (설계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高리스크·低수익 영역인 반면, 설치·운영 등의 영역은 高리스크·高수익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모델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대형업체 간 과당·출혈 경쟁도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한몫한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이 15~20% 수준으로 저조하다. 국내 대형업체가 EPCIC로 수주해 국내 건조하는 해양플랜트에 탑재할 기자재를 대부분 해외로 발주해야 하므로 조달관리와 기간준수에 어려움이 있다. 트랙레코드(Track Record)가 없으면 선주사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자재업체의 시장진입도 상당히 어려운 구조이다.
셋째, 동 분야는 선박 부문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고급기술이 요구되나 이를 위한 국내 전문인력과 핵심적인 인프라 구축이 미진하다. 해양유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1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해양플랜트 분야로 진출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다소간 정부정책으로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다.
넷째, 동 분야가 조선산업에서 파생된 분야인 만큼 다른 산업과의 연계전략이 미진한 것도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끝으로 기술별 제품별로 트랙레코드 확보전략이 미진하고, 금융지원시스템이 낙후한 것도 원인이다.

◇조선·해양산업을 지속해야 할까?

최근의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도 과연 조선·해양산업을 지속해야만 하는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적절하게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선·해양산업이 국내 경제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살펴봐야 한다. 조선·해양부분의 수출실적은 2002년 처음으로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한 후 연평균 약 20% 성장해 2011년에는 565억 달러에 달하게 됐다. 이는 당시 한국 전체 수출액 5570억 달러의 10%를 넘어서는 사상 최고실적이다. 참고로 2014년에는 399억 달러, 2015년에는 401억 달러를 달성했다.
조선·해양산업의 국내 산업 비중은 1986년 이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12%를 차지하면서 5대 수출 상품의 자리를 유지해 왔다. 2008~2013년에는 품목 중 수출금액 1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4~5위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유가와 해운산업 경기 조정에 따라 재도약이 가능하다. 무역수지의 경우 조선·해양산업은 전액 달러 현금으로 결제돼 외화가득률이 매우 높다. 국가 무역수지 흑자 기여도가 매우 높다. 일례로 2014년 조선·해양 부문의 무역수지가 359억 달러로 한국 전체 무역수지의 75.6%를 차지했다. 현시점에서 조선·해양산업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추락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한편, 조선·해양산업의 2011년 직접 고용인력은 약 16만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제조업에 대한 조선·해양산업의 생산액 비중은 5.0%, 고용 비중은 4.3%로 조사됐다.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까

조선·해양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답하기 위한 두 번째 질문은 당면한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에 있다. 앞서 제시한 대규모 적자원인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결국 해양플랜트 분야의 상류기술인 원가산정과 설계엔지니어링 기술 수준이 열악한 부분이다. 물론 일부분 발주처의 횡포와 국내업체 간 과당출혈 경쟁, 오일쇼크에 가까운 단기간 유가의 급락 등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필자가 추가로 말하고 싶은 내용은 국내 업체들이 조선업에서의 성공을 비교적 손쉽게 해양플랜트 분야로 확대하는 전략을 적용했기 때문에 쉽게 실패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복잡성과 기술적 난이도에서 선박 부문보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수십 배 더 어렵다. 반면, 관련 기업의 역량과 문화적인 측면에서 해양플랜트의 학제적, 다분야적인 속성을 다루기에는 함량 미달이었다.
사실상 설계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인력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설계업무를 국외업체에 용역의뢰했으나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역량도 없었다는 것은 더욱 참담한 실정이다. 사실 해양플랜트 분야의 설계엔지니어링 기술은 학부 수준의 공학적인 개념을 가지고 수십 년 동안 경험이 축적해야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구조에서 국내 인력이 적정 능력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해양플랜트 설계업무는 학제적이고 융·복합적인 특성이 높기 때문에 서로 다른 분야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조직문화는 상명하달식 수직적 구조여서 설계엔지니어링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
앞서 말한 내용을 종합하면 국내 조선·해양산업은 상선 부문에 몰방할 수는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여건이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돈이 안 되고 종속적인' 제작자(비하해서 말하자면 덩치 큰 OEM 생산업자)의 지위를 탈피해 '돈이 되고 덜 종속적이고, 나아가 독립적인' 상위단계 및 신산업 영역으로 진입해야 한다.
해양플랜트 산업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조선산업은 이미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 왔기 때문에 조선산업으로 다시 뒤로 물러설 수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양플랜트산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조선·해양산업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 조선 부문은 고부가가치 선종에 치중하고,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약점을 단계적으로 보완한다면 조선·해양산업의 미래는 밝다.
일정 부분의 조정작업이 필요하지만, 이것도 지나치면 되레 경쟁국만 키워주는 꼴이 될 것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 조선소 열 곳 중 한 곳 정도만 가동되고 있을 정도로 침체가 심각하다. 엎어진 김에 신발을 고쳐 신고 뛰어오를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끝으로 조선·해양산업의 위기 문제는 해결을 위해 전문가집단의 협력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이런 의미에서 해양플랜트 문제의 해결 과정과 방법은 대한민국의 성숙도와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3년 후에 유가가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겠지만, 이 선택이야말로 나의 운명을 남한테 맡기는 거와 같다.

성홍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플랜트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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