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판정서 3.97~7.33% 낮은 관세, 최종판정 뒤집힐지 주목포스코·현대제철, 높은 관세 부과 시 미국향 열연 수출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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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국내 철강업계에 무역 규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오는 3일로 예정된 열연강판(HR) 반덤핑 최종판정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도금강판에 이어 냉연강판까지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어 현지에서는 이번에도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분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큰 피해가 예상된다. 양사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열연강판 금액은 각각 약 4000억원, 2000억원에 이른다.

     

    열연강판은 쇳물을 가공해 나온 평평한 판재모양의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고온으로 가열한 뒤 늘여서 두께를 얇게 만든 강판을 일컫는다. 냉연강판은 열연강판을 이용, 압연공정을 통해 두께가 고르고 표면이 매끈하고 광택이 나게 만든 강판이며, 자동차 등에 사용된다. 도금강판은 냉연강판에다 아연, 알루미늄, 주석, 주석-납합금 등을 얇게 입혀 만든 강판이다. 전자제품 등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오는 3일 수입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최종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결과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향 판재류 수출이 사실상 막힐 수도 있는 상황이라 심각하게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 3월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일본, 호주, 브라질 등 7개국 수입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당시 한국산은 3.97~7.3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에 반해 일본산은 6.79~11.29%, 브라질은 33.91~34.28%, 호주와 영국은 각각 23.25%, 48.05%의 관세를 부과받아, 한국산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었다.

     

    하지만 최근 냉연강판 반덤핑 관세가 예비판정보다 훨씬 높게 나와 열연강판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철강사들이 이번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한국산에 대해 86.96~158.93%의 상당히 높은 반덤핑 관세를 주장한 바 있다. 때문에 국내 철강업계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최종결과를 예비판정과 다르게 뒤집은 걸 기억해야 한다"며 "당초 미국은 예비판정에서 국산 냉연강판에 2.17~6.85%의 낮은 관세를 결정했지만 최종판정에서는 6.32~34.33%로 대폭 올렸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 수출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상반기(1~6월) 대(對)미국 철강재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2.8% 감소한 187만4769톤을 기록했다. 그 중 열연강판 수출은 52만5000톤으로 미국향 전체 수출의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대(對)미국 열연강판 수출액은 무려 5억4740만달러(6088억1828만원)에 육박했다.

     

    이번에도 높은 관세율이 부과된다면 사실상 연간 약 6088억원에 달하는 열연강판 수출물량이 갈 곳을 잃게 되는 셈이다. 하반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자 하는 국내 철강사들에게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열연강판 시장은 자동차 및 에너지용 소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근 1~2년새 주력 수출지역으로 급부상했다.

     

    포스코는 US스틸과 합작한 UPI로 매년 미국으로의 열연강판 수출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의 대(對)미국 열연강판 수출은 전체 수출의 13%인 75만톤 내외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역시 2014년 이후 열연 생산능력 증강 및 해외시장 확대 전략에 발맞춰 API강종을 중심으로 미국향 수출을 빠르게 늘려왔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대(對)미국 열연강판 수출은 약 40만톤 전후로 전체 수출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까지 최종판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 "최종판정이 내려진 후에야 피해규모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각도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볼 때 포스코는 연간 약 3950억원, 현대제철은 2106억원의 매출을 미국향 열연강판 수출로 거뒀다. 미국향 수출길이 막힐 경우 기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타 수출지역에서의 치열한 판매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무역 규제를 대비한 수출지역 다변화와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 노력이 병행돼야 할 상황"이라며 "반덤핑 판정으로 인한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